▲ 충북 단양의 하늘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하는 모습.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여행이 있다. 상황에 따라서, 혹은 나이에 따라서 각자가 꿈꾸는 여행은 다르다.

기자가 항상 미뤄오던 여행이 있었다. 바로 친구들과의 여행이다. 매번 “수능 끝나면 같이 여행가자. 대학생 되면 놀러 가자. 이번 학기 끝나고 방학 때는 꼭 여행가자”라는 말은 결국 흐지부지 끝나기 마련이었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 기회야 우리 진짜 가자.”

버스정류장에서 친구가 내던진 확고한 말 한마디로 이번 여행은 시작됐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당장 날짜를 정하기 시작했다. 학원에 알바에 가족여행에 서로 날짜를 맞추긴 힘들었지만 조금씩 양보한 끝에 정할 수 있었다.

우리는 대학생이라면 한번쯤 이용해 봐야한다는 ‘내일로’ 여행을 떠났다. 친구와 함께 하는 4박 5일 간의 기차여행!

일정에 맞춰 떠나려면 새벽4시 기차를 타야했다. 짐을 급하게 싸느라고 한두 시간 밖에 못자고 일어나야 했지만 마치 소풍가는 아이처럼 눈이 번쩍 떠졌다.

첫 코스인 충북 단양역에 내리자마자 들리는 낯선 억양의 사투리는 정말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나게 했다. 단양에서는 패러글라이딩을 체험 하러 갔는데 하늘을 난다는 생각에 신이 났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높은 산에서 뛰어내려야한다는 생각에 아찔했다. 나는 가장 먼저 뛰기에는 무섭고 마지막에 혼자 산에 남겨져 있기도 싫어 두 번째로 뛰겠다고 친구들을 설득했다. 뛰고 난 후에는 무섭기는커녕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단양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기에 바빴다. 낮게 날 때에는 살짝 남한강 가까이까지 내려가 비행하기도 했는데 강물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부산. 부산에서도 광안대교였다. 해변가에서 바라보는 광안대교의 야경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최고였다. 야경도 야경이지만 그곳의 분위기는 정말 사람을 한껏 감성적이고 행복하게 만들었다. 친구들과 온 사람들, 가족끼리 온 사람들, 연인들 등 다른 모든 사람들도 행복해 보였다. 특히 그 중에서 해변을 걷는 외국인 노부부는 서로 손을 꼭 잡고 있었는데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낮에는 덥고 짜증나 말수가 줄었는데 그 곳의 바람, 분위기,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 그 3박자는 나에게 ‘석식타임’을 느끼게 했다. 석식타임은 나와 내 친구들이 만들어낸 우리 사이의 은어다. 석식타임이란 고등학교 시절에 급식실에서 석식을 먹고 나와, 저녁하늘을 보면서 친구와 손 잡고 운동장을 돌던 그 시간을 의미한다. 우리는 그 시간을 우스갯소리로 하루 중 ‘가장 센치한 시간’이라고 부르곤 했다. 석식타임을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시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솔직해진다는 것을. 석식타임을 함께 하는 친구가 가장 친한 친구라는 것을.

광안대교 해변가에서 치맥을 먹으며 보낸 ‘치맥타임’은 이번 여행 중 친구와 가장 깊고 솔직한 교감을 한 시간이었다. 가벼운 농담에서부터 속마음 이야기까지 우리는 다 털어 놓았다. 사실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시간이 무척 그립다.

광주로 가는 차안에서 막상 친구와 헤어지려니 끝이라는 게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여행 마지막 날 밤 “우리가 언제 또 이렇게 길게 같이 여행갈 수 있을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당연히 갈 수 있다며 그 땐 해외로 한번 가보자고 말해준 친구가 있었기에 아쉬움을 털고 기분 좋게 헤어질 수 있었다. 기자는 벌써 다음 여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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