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했다. 총장직선제 폐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수일을 고민한 끝에, 무책임하다고 생각될지 모르는 스스로만의 신념을 세웠다. 나는 총장직선제를 수호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본부가 총장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았을 시 교과부로부터 불어 닥칠 후폭풍은 말 그대로 엄청난 것들이다. 정원이 감축되고, 학자금 대출이 끊기며, 구조개혁컨설팅이라는 명목 하에 수많은 과들이 통폐합 될 것이다. 또한 앞으로 교과부에서 지원하는 굵직한 사업들에서 우리 대학은 모두 제외될 것이다. 대내외적으로 전남대의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고 학생들은 우리 대학을 찾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본부의 말을 듣게 될 줄도 짐작하고 있었다. 본부의 입장은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돌아가자면 우리는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를 행정적 지원의 유무로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총장직선제의 존폐를 결정하는 것은 교과부의 압력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진실된 논의와 의견수렴이다. 총장직선제가 낳은 각종 부작용들에 대해 우리는 척결해야 할 책임을 가지고 있다. 선거 자체를 삭제하기보다 어디가 문제인지, 더 좋은 방식은 없겠는지, 그렇다면 우리는 직선제라는 가치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70%에 달하는 교수들은 총장직선제 수호에 표를 던졌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행동으로 표현되는 반발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학교 경쟁력이 떨어지고 교수들의 밥그릇에 위기가 있겠다 싶은 것에 발을 빼고 있다고 하면 옳은 평가일까. 매번 이런 식이다. 매 순간의 약자는 학생이고,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도 학생이다. 학생들을 보호해 줄 울타리는 교수인가, 본부인가. 교과부인가. 우리는 그런 것들을 내려놓고서라도 대학의 자율권을 지켜낼 힘이 있는 것인가. 계속되는 논란과 고민의 끝은 아마도 깨끗한 재선거가 깔끔하게 이뤄졌을 때 그 밑그림이 뚜렷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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