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도종환 시인의 시 ‘담쟁이’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중등교과서에 실린 그의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시인의 작품을 ‘정치적 중립성’에 반한다는 이유로 16종 중학교 교과서에서 빼도록 출판사에 권고 조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평가원의 주장은 논란이 되고 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식으로 얼마든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작품은 세상에 나온 순간 작가와는 독립된 존재로 인정받는다. 작품을 작품 자체로 보지 않고 작가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다. 예술과 창작 분야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인으로서 쓴 시가 신분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치적 색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의 작품은 지난 10년간 충분히 사회와 독자로부터 인정받았고 지금껏 문제된 적 없는 ‘시인’ 도종환의 작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을 받음으로써 도종환 시인의 시는 교과서에 남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평가원의 이번 조치에 대한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 정치에 참여했던 김춘수, 이문열 등의 작품은 시비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도종환 시인의 작품만 시비의 대상이 된 것은 단순히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정치적 탄압의 색이 짙기 때문이다. 공연한 시비에 대해 한겨례 지난 9일자 신문에서는 ‘시인이 야당 의원이 됐다고 해서 교과서에서 시를 삭제하라는 것은 정부의 저급한 문화적 수준을 드러내는 것이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도종환 시인의 삶이 순탄치 않았듯 앞으로의 삶도 순탄치 않을지 모른다. 시인과 정치인의 삶을 동시에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로막는 벽이 있다면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손을 잡고 올라야 한다’던 담쟁이처럼 그도 잘 이겨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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