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에는 다양한 분야의 100여개의 연구소가 있다. 당신은 우리 대학엔 어떠한 연구소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아는가? 이에 우리 대학의‘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연구소의 설립 목적과 하는 일 등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5·18 기념관이 있는 우리 대학 역사관. 역사관 개관 공사 관계로 잠시 거처를 옮겼던 5·18 연구소가 다시 자리 잡을 곳이다. ⓒ사진=전남대학교 홈페이지(www.jnu.ac.kr)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 낮이었다. 낮 12시, 하늘은 핏빛의 붉은 천이었다. 낮 12시, 거리는 한 집 건너 울지 않는 집이 없었다.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 올려 얼굴을 가려 버렸다. 낮 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 버렸다. 아, 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리 처참하지는 않았으리. 아, 악마의 음모도 이리 치밀하지는 않았으리.”(김남주, <학살 2> 중)

지금으로부터 32년 전 5월 18일 아침, 우리 대학 정문에서 역사는 시작되었다. 우리 대학 선배들과 광주 시민들은 계엄군의 무자비한 폭력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 처참함에 무등산은 얼굴을 가렸고 영산강은 숨을 거뒀지만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승리를 위해 맞섰다. 열흘간의 항쟁은 계엄군 특공대의 투입으로 막을 내렸지만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었다. 5월 항쟁은 민주주의의 싹이 움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그 정당성은 역사에 기록됐다.

우리 대학 곳곳엔 5·18 민중항쟁(이하 5·18)을 기리는 흔적들이 남아 있다. 5·18 광장, 관현로, 사적비, 박관현 열사 혁명정신 계승비 등이다. 그 중에서도 5·18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기려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모여 학문적 탐색과 인권 향상에 힘쓰는 곳이 있다. 1996년에 설립해 지금은 우리 대학의 대표 연구소로 자리 잡고 있는 ‘5·18 연구소’다. 연구소장인 나간채 교수(사회학·사회운동론)를 만나 연구소의 성과와 오월정신 등에 대해 들어봤다.

5·18 학문적 탐색…민주주의 발전·인권 초점

 

▲ 나간채 5·18 연구소장.

 

-5·18 연구소의 설립 배경과 목적은 무엇인가?
“5·18에 대한 학문적 탐색과 민주주의 발전 및 인권 향상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덧붙여 민주주의와 인권의 요람이라는 우리 대학의 전통과 역사를 계승하기 위함도 있다. 5·18은 10일 동안의 항쟁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한국 민주화운동의 지난한 과정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5·18 연구소는 그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그 가치와 정신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발현된 하나의 장이라 보면 되겠다.” 

-5·18 연구소가 주로 하는 일과 규모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린다.
“크게 연구․교육․출판 사업, 학술행사, 초청강연회, 국제교류 사업 등으로 나뉜다. 연구 측면에서는 한국연구재단 중점연구 사업으로 다양한 연구주제를 선정·지원했다. 주로 동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또 매년 5월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 왔으며, 5·18 관련 논문집, 연구총서, 자료집, 항쟁을 알리는 교재 발간, 5·18항쟁과 민주 인권 교양과목 개설 등을 통해 항쟁에 대한 학문적 기초를 다지고, 항쟁의 숭고한 이념을 미래 민주주의 가치로 승화시켜 내고 있다.”   

-지금까지 괄목할만한 연구 성과가 있다면 알려 달라.
“지금껏 몇 가지 기억할만한 연구 성과를 꼽아 보겠다. 첫째, 제주 4·3항쟁과 5·18항쟁을 비교분석해서 공동연구를 수행한 점이다. 컨소시움을 형성해 2권의 책을 발행했다.(2001~2002) 즉, 두 항쟁이 가지는 역사적 흐름과 의미를 분석했다. 
둘째, 아시아민주주의와 인권에 관한 연구를 했다. 태국, 일본, 싱가포르의 역사를 한국민주화운동과 견주어 가면서 인권의 가치를 재조명했다고 볼 수 있다.(2006~2011)
셋째, <뉴 폴리티컬 사이언스> 2003년 7월호에 5.18과 한국 민주주의를 특집으로 우리 연구원들의 논문이 대거 실렸다. 국내 5·18 연구가 미국의 동아시아 연구자들 뿐 아니라 제3세계 학자들에게까지 성공한 민주화 혁명의 모델로 알려지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본다.
넷째,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학술지를 2001년부터 꾸준히 발간해 오고 있다. 기존 연 2회 발간에서 2008년부터는 연 3회(4월·8월·12월 20일) 증편 발간 중이며 2009년에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로 선정됐다. <민주주의와 인권>에는 민주주의, 인권, 평화 문제의 체계적인 연구를 중점으로 삼고 있으며 장기적이고 세계적 관점에서 5·18을 접근 중이다. 일례로, ‘5·18소설의 민속문학적 연구’, ‘국가폭력, 하나의 사건과 두 가지 재현’, ‘인권 거버넌스의 실현으로서 인권도시’ 등의 논문이 게재되고 있다. 
다섯째, 5·18 25주년 맞아 2005년 5월에 개관한 ‘전남대학교 5·18기념관’을 설립했다. 이는 항쟁의 기억을 복원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 전시해 놓음으로써 관람객들에게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념행사, 체계적 운용 필요”

-5․18 기념행사들을 어떤 방향으로 꾸려가야 하는 게 바람직한가?   
“사실상 혁명적인 열기가 한결같을 수는 없다. 과거에 비해 참여가 부족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올 5월 한 달 동안 행사위원회에 등록된 행사가 60여 개다. 이처럼 광주에는 저항적 운동성이 있다. 전세계적으로 30년이 지나도 뜨거운 열기의 민주행사를 이어가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이에 오월행사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가야 한다. 오월행사는 1988년부터‘오월행사 위원회’가 추진 중이나 한시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개선해가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지금껏 4월에 출범해 행사가 끝나면 사라지는 조직이었다.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기구로서 안정된 체계가 없다. 오월 행사를 다방면에서 분석·축적하는 과정이 미흡했다. 행사의 다양성과 참여를 늘리기 위해 올 행사가 끝나고 평가회의를 개최했다. 적어도 2월 중에 위원회를 꾸려 다양한 행사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등의 체계적 운용이 필요하다고 본다.”     

-5․18이 호남지역만의 이슈로 협소하게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이라 보나?
“현실적으로 지역적인 문제가 작용했다고 본다. 지역감정 유발로 이끌고 간 보수 세력 및 언론의 영향이라든지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으로 인해 5·18이 협소하게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오월정신을 기리려는 노력들을 많이 보고 있다. 올해에도 경북 안동, 대구, 인천, 대전, 부산, 독일 등지에서 5·18 관련 행사가 있었다.”

-5․18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공동체 정신, 정의를 위한 치열성, 희생정신 등을 5·18 정신의 핵심으로 꼽고 싶다. 80만 인구 전체가 하나로 되었던 절대공동체의 실현은 오늘 날 회자하는 직접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의 원형이다. 또 부당한 폭력에 굴종하지 않는 무장투쟁의 치열성은 한국 사회 운동사에서 불멸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어 역사 앞에 당당하기 위한 희생정신은 광주를 한국에서 가장 상징적인 민주도시로 만들었고, 아시아 민주주의의 교과서가 되었다.”   

-앞으로의 연구소 운영 방향과 연구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린다.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5·18 및 민주화운동에 관한 자료의 데이터베이스화를 통해 일반인에게는 항쟁의 참의미와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전달하고, 전문 연구자에게는 5·18과 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아시아와 제 3세계 민주, 인권, 평화운동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개인 및 시민단체와 연대의 폭을 넓히고 국내외 다른 연구기관과의 교류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5·18 연구소 홈페이지 바로 가기)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