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자연의 이치이다. 자연은 단 한 번도 이 일을 거스른 적도 게으름을 피운 적도 없다. 봄의 기운이 온 세상을 변화시키는 요즘, 이 기운에 힘입은 농민들의 손길은 분주하기만 하다. 때에 맞춰 씨를 뿌리고, 때가 되면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그들의 움직임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오묘한 우주의 섭리를 느낀다.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들은 이렇게 자연의 힘과 우리 인간들의 노동이 더하여져서 생산되고 길러진다. 그러니 어찌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아니라 말할 수 있겠는가.

광우병 쇠고기 문제로 다시 한·미FTA를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한·미FTA 전면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지금, 한 때 유행했던 '신토불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생각난다. "…우리 몸엔 우리껀데 남의 것을 왜 찾느냐 고추장에 된장 김치에 깍두기 잊지마라 잊지마 너와 나는 한국인…" 이 노래가 당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사람들이 환호한 데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노래는 서구의 문물을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비판하고, 우리 몸엔 우리 지역에서 나는 것이 제일 좋다는 인식을 심어주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국가 간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방해가 되는 무역의 장벽을 제거한다는 FTA의 외면적 의미는 누가 봐도 참 그럴 듯하다. 아니, 국가 간의 이익을 잘 따져 서로 필요한 부분에 한해서 적극 활용한다면 분명 그 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미FTA는 그 의미가 좀 다른 듯하다. 국가 간의 힘의 불균형에서 빚어진 다소 불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미FTA 협정 내용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온 국민이 촛불집회를 통해 이에 반대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회는 어이없이 한·미FTA 법안을 통과시켰다. 과연 이 한·미FTA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다시 한 번 이 정부에 묻고 싶다. 그렇게까지 민심을 거스르고 국민들에게 물대포까지 쏘아가면서 그들이 얻고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1차 산업은 나라의 가장 기본이 되는 산업이다. 따라서 1차 산업이 흔들리면 그 나라의 근본이 흔들리게 된다. 뼈대가 튼튼하지 않은데 어찌 오래 버틸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식량과 관련이 깊기에 그것을 지켜내는 일은 곧 나라의 근본을 지키는 일일 것이다. 또한 이미 여러 번 예고된 것처럼 언젠가 닥칠 식량난의 위기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도 1차 산업 특히 농업분야는 잘 키워나가야 한다. 기본을 무시하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을 따라가다가는 분명 훗날 크게 후회할 일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근본을 흔들 수 있는 이번 한·미FTA는 그 내용부터 하나하나 따져보고 다시 수정되어야 한다.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정부인지 헷갈리는 요즘, 새롭게 시작하는 국회가 결단력 있는 행동으로 그동안 무너졌던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했으면 한다.

다른 것은 그렇다고 할지언정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것만큼은 안전해야 하지 않겠는가. 자연은 동,식물만 길러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들도 똑같이 길러내고 있다. '신토불이'의 의미처럼 우리나라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나는 것을 먹어야 온전한 한국인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분명 이것이 우리나라를 지켜내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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