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전자게시판에 글을 올리게 된 이유는 교육연구처가 최근 수의대 문제와 관련하여 공개적인 입장 설명을 하셨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이해를 구하고, 공채심사의 공정성 판단기준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제시해 본 것입니다. 제 글이 그토록 최영태 교수님의 심경을 건드렸다면, 다시 한번 이해를 구합니다. 덧붙여 교수님 글을 보고 제가 느낀 점 몇 가지를 정리 해봅니다.

(1) "수의대를 농대나 의대에 위탁관리 시켜라"는 등 순화되지 않은 일부 감정적인 표현은 아무리 접고 생각해보더라도 지나치다고 봅니다. 여러 모로 볼 때 수의대 전체가 교수님의 그런 비하를 받을 만큼 유치한 집단은 아니라고 자부합니다. 무엇이 선생님의 판단을 그토록 흐리게 하였는지 모르겠지만,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과 진압군을 싸잡아 "저희들끼리 무슨 쌈박질이냐, 조용히 견디며 살 일이지, 이러니 너희는 미국이나 일본이 속국으로 관리해야 한다"라고 했다면, 아마 몰매 맞아 죽지 않았을까요? 수의대 공채문제는 10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반복되고 있는 저희들의 부끄러운 역사입니다. 하지만, 역사 인식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지식인이라면, 여러 경로를 통해 사건의 본질을 완전히 파악한 연후에 정과 부를 분명하게 자리매겨 줌으로써 본질의 왜곡현상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근대사가 아직도 제대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음으로 이 시대를 사는 청년들이 가치의 혼돈 속을 헤매고 있는 것도, 따져보면 이 땅의 지식인들이 항상 권력의 언저리를 맴돌기 좋아하며, 본질에 대한 평가를 기피해온 결과가 아닐까요?
(2) "조직원 전체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합리적인 지식인의 처방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소대에서 잃어버린 군화 한 짝을 찾기 위해 나올 때까지 돌려버려라는 "군대식 기합"이 갑자기 떠오르는군요. 학교 폭력을 목격한 교사가 대뜸 가해자와 피해자를 향해 무차별 줄방망이를 내리고는 "다시 한번 이런 일이 발생했단 봐라, 둘 다 퇴학시켜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고 과연 학교 폭력이 근절될까요?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대개 이런 방법으로 해결하나요? 이것도 역사 연구를 위한 한 방식인가요? 3자의 입장에서 본질에 대한 접근조차 없이 양비론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도덕군자 처럼 비쳐지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말 중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은 "침묵하는 양심은 죄악이다."입니다.
(3) 최영태 교수님께서도 수의대 사태는 "대학 행정의 무사안일주의"때문이라고 지적하셨듯이, 저희들도 더 이상 대학 당국에 기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였기에, 외부기관에 조사요구를 해서라도 뿌리깊은 저희대학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고, 거듭나자는 순수한 마음뿐입니다. 저희도 교수님만큼의 양식은 가지고 있는 교수들입니다. 수많은 고민 끝에 어려운 결정을 하였으니, 심정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최영태 교수님! 교수님께서도 걱정하시는 조직에서 생활하는 저희는 너무 힘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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