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아직도 겨울이 떠나지 않은 것처럼 귓전을 스치지만, 나무들은 어김없이 봄이 왔음을 알리기라도 한 듯 연둣빛 새싹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댄다. 봄은 자연과 생명의 신비로움에 발길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계절이며, 마음마저 여유롭게 한다.

여유롭다는 것은 무엇일까. 진정한 여유로움은 단지 넉넉하고 풍족한 상태나 일상에서의 벗어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여유로움은 세상에 대한 자기 성찰의 과정이며, 인식과 기다림의 시간이다. 여유로운 시간은 삶을 사색해보고 반추해보는 느림의 시간이다. 느림은 진정한 여유를 찾기 위해, 따뜻한 마음을 갖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도 '빨리 빨리' 살고 있다. 일도 많이 할 뿐더러, 새로운 것들을 찾고 익히기도 바쁘다. 무엇보다 남보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 더욱 그렇다. 우리는 지나치게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 그것도 경쟁이 '세계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그 사회에서 우리는 타인보다 먼저 목표를 성취해야 하고, 어떻게든 한발이라도 먼저 내디디려고 아등바등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여유를 부리는 것은 곧 뒤쳐지는 것이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경쟁제일주의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는 오히려 승자에게만 '여유로움'을 향유할 권리가 있고, 여유로움은 경쟁의 결과라고 주입한다. 그래서 경쟁에서 '졌다'는 것은 노력이 '부족'하다거나, 치열함이 ‘부족’한 것으로 치부된다. 경쟁에서 '졌다'는 것은 과정에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해 버린다. 대학 입시에서도, 학점 취득에서도, 취업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목표를 위해 차근차근 경쟁을 통과해 가면 원하는 여유를 느낄 수 있을까? 멋진 곳을 찾아다닐 수 있는 여유로움, 못 사는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여유로움이 생기는가. 이겨야 한다는 강박은 여유로움을 자꾸만 유예시킨다. 경쟁은 끝이 없다. 순간의 승자를 패자로 만드는 또 다른 경쟁자가 계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 끝에 여유로움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경쟁과 효율의 논리에만 따라 모든 것을 걸지 말자. 이 사회에서 끊임없이 '경쟁'이라는 제도를 고안하고 양산하는 주체는 누구이며,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그 경쟁의 룰이 정당하고 공평한지 등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물음을 제기해 보자. 스스로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도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가던 길 멈추고 여유를 가져보자. 타인과 자연에 대한 감성, 상상력,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연대와 공감에 눈을 돌려보자.

'빨리 빨리'를 강조하는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여 남과 견주는 경쟁의 틀 속에만 자신을 가두지 말자. 따뜻한 봄날 생동하는 자연과 함께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의 여유를 찾자. 세상에는 그 자체로 소중한 것들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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