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포텐 터진다. 지못미, 해품달” 등 일상 속 대부분 줄임말

줄임말 시대다. 우리 대학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기도 모르게 긴 단어들을 줄이는 습관이 생겼다. 미디어도 스마트폰 속 콘텐츠도 모두 줄임말 투성이다. <전대신문> 기자들은 일반 학생들이 사용하는 줄임말들을 관찰해 수집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 대학 ㄱ 씨의 하루 일과를 줄임말로 정리했다. 평소 줄임말을 사용하지 않는 독자는 이 글을 읽는 데 약간의 문화충격(?)을 느낄 수도 있다. /엮은이

ㄱ 씨는 전번(전화번호) 찾기에서 친구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건다.

“어디야? 3시에 광터(광천터미널) 앞에서 보자.”

광터에 도착한 ㄱ 씨는 친구를 기다리며 나꼼수(나는 꼼수다)를 듣고, 페북(페이스북)에 접속해 뉴스피드를 확인한다. 친구를 만난 ㄱ 씨는 근처 커피숍에 들어가 딸바(딸기 바나나 주스)를 주문한다. 자리에 앉은 그들은 썸남(썸씽(something)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 남자와 문상(문화상품권)으로 영화를 봤어. 곧 내 남친(남자친구)이 될 것 같아.”

한창 이야기를 나누다 스마트폰 속 연예 기사 사진을 보며 연예인에 관한 이야기를 별 생각 없이 주고받는다.

“잘나가는 걸그룹 ㄴ, 리즈시절(리즈 유나이티드 선수시절. “전성기” 또는 “황금기”를 뜻한다) 다갔다, ㄷ 가수는 이번 앨범 포텐(포텐셜(Potential)) 터졌다(숨겨져 있던 잠재된 능력이 폭발하여 엄청난 능력을 발휘한다), 요즘 노래는 ‘트레’(트러블메이커)가 좋더라.”

요즘 드라마는 해품달(해를 품은 달)이, 예능은 무도(무한도전)가 대세다.

“아참, 텔런트 ㄹ 이 나오는 해품달 캡쳐 사진 올라왔는데 정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였어. 그리고 어제 그 드라마에 나온 ㅁ 은 누구야?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이던데. 얼굴 정말 안습(안구에 습기 차다)이더라. 솔까말(솔직히 까고 말해서) 차라리 내가 배우 하겠다.”

이 말을 들은 친구가 농담 섞인 대답을 한다.

“도대체 어디서 나온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그냥 열폭(열등감 폭발)으로밖에 안보임(안보인다).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나 해”

커피숍에서 나온 ㄱ 씨는 친구와 백화점에 간다. 오늘 엄카(엄마카드)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쇼핑을 끝내고 나온 ㄱ 씨는 친구와 버정(버스 정류장)에서 헤어진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차, 버카(버스카드)에 잔액이 부족하다. 근처 편의점에서 버충(버스카드 충전)을 하고 집에 있는 동생에게 줄 아크(아이스크림)와 빵을 사기 위해 베라(베스킨라빈스31)와 파바(파리바게트)에 들른다.

집에 들어온 ㄱ 씨는 씻고 컴(컴퓨터)을 켠다. 겜(게임)을 신나게 시작한다. 겜에 빠져있는 도중 엄마가 방에 들어온다. 엄마의 잔소리에 집중을 못한 그는 겜에서 졌다. ㄱ 씨가 겜 채팅방에 글을 남긴다.

“까비(아깝다). 엄크(엄마 크리티컬(critical). 엄마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을 때 사용한다).”

겜 할 맛도 떨어진 ㄱ 씨는 카톡(카카오톡) 그룹채팅에 들어간다. 내일 학교에 가면 만날 친구들이다. 그는 카톡에 신나게 문자를 남긴다.

“그래. 일생(제1학생회관) 은행에서 돈 뽑고 일까(일생카페)가서 커피나 마시자. 아 점심은 못 먹어. 내일은 언교(언어교육원)에 가서 영어공부도 해야 하거든. 나 언교 수업 끝나면 인벤(인문대 벤치)에서 보자.”

무의식적으로 줄이는 것이 습관화가 되어버린 듯 했다. 필자도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한번씩 ‘이 말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생각한다. 새로운 줄임말이 입에 착착 붙으면 이제 그것은 ‘우리 사이’의 신조어가 된다. 줄임말 남용의 문제는 점점 사람들이 완전한 문장을 쓰지도 말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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