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청춘’이 죽었다. 또 죽었다.

이로써 모두에게 외면받았던 학교폭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피해자의 편지가 공개됐다. 분개한 이들은 가해자들의 신상을 ‘털었다’. 뜨거운 여론에 놀란 정부는 대책을 내놓았다. 가해기록을 생활기록부에 남긴다는, 또 다른 폭력이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가해학생들이 ‘악’했음은 틀림없다. 이유없이 때렸고, 돈을 뺐었다. 그러나 ‘약’한 것도 틀림없다. 가해자 역시 경쟁사회와 무관심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오히라 미쓰요가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에서 전하는 메시지도 비슷하다. 평범했던 그는 전학 간 중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 소위 ‘일진’이던 A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된 그는 할복자살을 시도한다. 실패한 뒤 비행청소년의 길로 들어선다. 폭주를 하고 부모님을 때리고 야쿠자 보스와 결혼까지 한다. 피해자였던 그가 ‘가해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 미쓰요’의 시간이 짧았던 것처럼 ‘가해자 미쓰요’의 시간도 짧았다.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믿음을 주는 오히라 아저씨를 만나면서 과거의 모든 것들을 끊어낸다. 검정고시를 합격해 대학을 다니고 사법고시에 합격한다.

그는 말한다. 지금 당장 죽어버리고 싶어하는 친구들, 나쁜 길에 빠지려는 친구들, 나쁜 길로 빠진 친구들 모두에게 전한다. “젊은 당신, 절대로 포기하면 안돼!”라고.

우리도 도와야 한다. 오히라 아저씨가 믿음을 줬다. 미쓰요는 과거를 끊었다. 우리도 믿음을 줘야 한다. 그래야 피해자가 다시 일어선다. 가해자도 과거를 끊는다. 폭력을 더 악한 폭력으로 덮어선 안 된다. 걱정과 이해, 믿음으로 채워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 비난해선 안 된다. ‘악’하지만 ‘약’한 그들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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