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쌓인 강원도에서 먹을 것 천지 대구까지

큰 2창문과 좌석이 바다를 향해 있는 바다열차. 기차에 앉아만 있어도 강릉 바다의 돌멩이까지 볼 수 있다.

눈 깜짝할 사이 12월이 지났다. 1월도 보름이 지나갔다. 스물 한 살의 겨울을 이렇게 보낼 순 없었다. 그래서, 떠났다. 행선지는 쉽게 갈 수 없는 강원도, 여행 수단은 당연히 기차. 그렇게 ‘내일로어’가 됐다.

지난달 26일 낮 12시, 삼척에 도착했다. 기차만 8시간 탔는데, 기지개 켤 시간도 없다. 5분 만에 컵라면을 급히 먹고 ‘환선굴’행 버스를 탔다. 어찌나 넓고 어찌나 신기하던지. 감탄은 여기까지. ‘바다열차’를 타기 위해 버스 타고 열심히 달렸다.

좌석이 바다를 향해 배치돼있는 바다열차는 가난한 여행객에게 조금 비싼 금액이긴 하다. 그러나 강원도에서만 탈 수 있기에 주저 없이 이용했다. 열차 DJ가 신청사연도 받고 노래도 틀어준다. 퀴즈를 맞추면 상품도 준다. ‘정답 3번, 오빠 제발’ 문자를 날렸다. 역시, ‘오빠’란 말에 약한 열차 DJ의 선물은 우리에게 왔다.

열차에서 내려 강릉 ‘순두부 마을’로 갔다. 나와 달리 순두부를 좋아하는 친구를 따라 갔다. 그러나 친구보다 더 잘 먹었다. 부드럽고 하얀 그 두부, 2년간 익힌 김치와 함께하는 그 맛. 글로 표현 할 수 없다, 직접 먹어봐야 한다.

둘째, 셋째 날은 정선과 제천·영월·단양을 ‘버스’로 여행했다. 내일로어가 무슨 버스냐고? 그 버스가 아닌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했다. 시티투어 후, 다시 역으로 향했다. 강원도까지 왔는데 카지노 ‘강원랜드’를 빼놓고 정선을 떠날 수 있나. 주민등록증 검사, 소지품 검사 등 공항검색대 만큼 복잡한 검문을 통과하며 ‘힘들게’ 입장했다.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을 볼 것이다’, 그 말이 딱 어울렸다. 상상한 것보다 훨씬 크고 사람도 넘쳤다. 대부분 손에 5만원 칩을 쥐고 있었다. 소심하게 천원으로 ‘잭팟’을 했지만 당연히 꽝. 10초 만에 없어졌다. 순식간에 십만원이, 백만원이 없어지는 이곳은 ‘다른 세계’ 였다.

넷째 날은 '인제 빙어축제'에 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투어 버스 아저씨가 ‘제천 의림지의 공어(빙어) 낚시’를 추천했다. 아저씨 말을 믿고 계획을 바꿨다. 가는 내내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도착해보니 걱정 뚝. 많은 사람들이 낚시와 썰매를 즐기고 있었다.

아저씨 덕분에 시간도 돈도 절약되고, 왠지 느낌 좋다. 의림지 공어를 다 잡아먹어버리겠다는 기대에 부풀어 낚시 시작. 그러나 웬걸, 한 시간이 지났지만 낚싯대는 미동도 없다. 기다리다 지쳐 썰매 한 바퀴 타고 돌아왔다. 옆 낚시터에 다녀오기도 했다. 여전히 미동이 없다. 또 썰매 한 바퀴, 또 기웃기웃. 낚싯대는 여전히 조용하다. 공어가 미끼를 건드린 흔적조차 없다.

공어가 잡히지 않아 철수하는 아저씨가 우리에게 왔다. 낚싯대와 함께 구입한 공어 여섯 마리를 주셨다. 여섯 마리의 공어가 생기자 힘이 불끈. 다시 기대에 부풀어 낚시를 했다. 그러나 여전히 안 잡혔다. 결국 우리도 철수했다. 낚싯대를 팔던 이모에게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며 투정했다. 멀리서 와서 고생이 많다며 공어 세 마리를 더 주셨다. 오예, 이정도면 공어 맛보기에 충분했다. 신이 나 공어 튀김을 먹으러 갔다.

공어 튀김과 함께 주문하지 않은 어묵이 나왔다. 튀김 아주머니께서 여행객 차림의 우리에게 어묵을 주신 것이다. 뜨끈뜨끈한 어묵. 빙판 추위가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염치없지만 초장까지 얻어 날것의 공어를 찍어 먹었다. 공어가 꼬리를 세차게 움직이는 바람에 초장이 얼굴에, 목도리에 튀어버렸다. 그래도 괜찮다, 맛있으니까.

기자는 일주일 내일로 여행을 다녀왔다. 공어 낚시 대실패. 그래도 썰매도 타고 공짜 공어도 먹고 어묵도 먹었다. 의림지는 얼었지만 사람들은 따뜻했다.

다섯째, 여섯째 날은 계획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키는 대로 자유여행을 하자’가 계획이었다. 고민 끝에 ‘식도락 여행’ 결정. 나흘 내내 돌아다니느라 지친 우리에게 ‘맛있는 먹거리’가 필요했다. 닭똥집거리, 찜갈비거리, 곱창 골목, 매운 오뎅, 납작 만두, 따로 국밥 등 먹거리가 풍부한 대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부지런히 먹은 덕분에 가격이 비싼 찜갈비를 빼고는 모두 입안에 넣었다.

그렇게 뚱뚱해진 배를 안고 광주로 돌아왔다. 찬바람을 가르며 열심히 돌아다녔는데도 더 많은 것을 보고 듣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래도 괜찮다. 이제 스물 두 살 밖에 내겐 2012년 여름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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