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사람들이 어떤 중요한 계기를 맞게 되면 너나없이 꿈 이야기를 많이 했다. 흔히 말하는 덕담 수준의 ‘좋은 꿈’에서 아주 특별한 ‘용꿈’에 이르기까지 서로 묻고 서로 웃었다. 그 꿈으로 사람들은 아픔과 좌절을 물리고 한 가닥의 희망을 건졌다. 비록 신기루로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그 꿈에 자신을 얹고 어려운 삶의 현장으로 뚜벅뚜벅 나아갔다. 꿈은 늘 서로를 달래고 서로를 이어가는 튼튼한 끈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꿈 이야기들을 듣기가 힘들다. 꿈이 어떻고 하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했다는 하소연마저 나온다. 실은 나도 강의 중에 젊은이들의 꿈에 대해 물었다가 ‘무슨 허튼소리 하느냐’는 식의 학생들의 표정에 머쓱해지기도 했다. 우리에게 삶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던 꿈은 정녕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는 것인가?

누군가 “우리의 삶과 역사는 꿈으로 시작해서 꿈으로 끝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삶과 역사는 현실인데 어떻게 꿈이 삶이고 역사일 수 있느냐고 일축(一蹴)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겠지만, 꿈의 역동성(力動性)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이 아닌가 싶다. 우리의 삶 속에 꿈이 녹아 있고, 또 그 꿈 안에 우리의 삶이 깃들어 있음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논란은 옆으로 하고, 우리가 꿈에 대한 이 언설(言說)을 믿는다면, 꿈의 이야기들이 끊어져버린 오늘은 지금 꿈이 없는 삶과 꿈이 없는 역사 속에 있다는 말이 된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이야기가 없고, 웃음이 없고, 그리고 생명과 희망의 끈조차 놓아버린 시대를 가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참으로 삭막한 오늘이 우리의 삶이자 역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꿈이 없는 삶, 꿈이 없는 역사는 우리의 진정한 삶, 우리의 진정한 역사가 아니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타자(他者)로서의 삶이자 역사에 지나지 않는다. 꿈이 없는 삶과 역사는 또한 소수의 지배와 다수의 예속을 현실로 만든다. 탄압과 착취의 음모가 우리의 삶과 역사를 지배한다.

그러나 새해는 우리의 꿈을 부르고 있다. 새해는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막혀버렸던 긴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 사람의 삶과 역사를 되찾아야 한다는 소명을 던지고 있다. 우리 모두 그 소명을 향한 꿈을 꾸자. 그리하여 웃음과 믿음으로 이어졌던 서로의 관계들을 회복하고, 사람 사는 세상을 일구는 한 해를 만들자.

(2012년 새해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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