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큐정전]의 중국 작가 노신이 1925년에 쓴 '말 잘하는 방법'에 대한 조각글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노신이 꿈에 초등학교 교실에서 글쓰기를 하면서 선생님께 글을 어떻게 쓰는 것인지 물었답니다. 선생님은 노신에게 안경너머로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셨습니다. 어느 집에서 아들을 하나 낳았는데 온 집안 사람들이 무척 기뻐했답니다. 한달 후 집 주인은 손님들을 초대하고는 아이를 안아 내왔지요. 한 사람은 "이 아이는 앞으로 커서 부자가 되겠구려"해 주인에게 매우 고맙다는 말을 들었고, 한 사람은 "이 애는 앞으로 죽겠구려"해 달려드는 식구들로부터 반쯤 죽도록 얻어 맞았답니다. 죽을 것이라고 한 건 사실대로 말한 것이고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한 것은 거짓일수도 있지만, 거짓말을 한 사람은 우대 받고 사실대로 말한 사람은 매를 맞은 것입니다. 그래서 노신이 선생님께 물었습니다. "저는 거짓말도 하기 싫고 매도 맞기 싫습니다. 선생님,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말해야 하지요?". 그랬더니 선생님은 "그러면 너는 이렇게 말하거라"하시더니 "아아! 이 애는 정말! 이것 보우! 얼마나……. 헤헤헤헤!"라고 대답해 주셨답니다.
8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대로 말하며 살아가기'란 얼마나 어려운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 일화입니다.
지난달 중순 우리대학 수의학과 교수 다섯명은 교수임용문제 진상조사 요구 청원서를 교육부에 제출했습니다. 9년전부터 최근까지 "교수임용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키겠다는 공채관련 보직자들의 의지가 심각하게 염려할 수준에 이르렀고 능력보다는 연고주의에 기반한 교수공채가 진행됐다"며 교육부로 감사를 요청한 것입니다.
이를 둘러싸고 학내외로 여러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수의대를 위탁관리 시켜라는 의견부터 본질을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까지 교수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어떤 교수는 현 상황을 밥상에 빗대 "과격한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는 사이좋은 밥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몇일전 교육부에는 "학교 자체적으로 감사를 실시하라"는 청원서에 대한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걸리버 여행기]를 쓴 영국의 풍자작가는 "보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 가장 큰 장님이다"고 말했습니다. 자체감사를 앞둔 우리대학은 노신이 역설한 '말 잘하는 방법'을 이용해 제대로 문제를 풀었으면 하면 바람입니다. 이번만큼은 장님끼리 모여 앉아 차린 사이좋은 밥상은 더 이상 의미를 가지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설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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