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라는 단어가 요즘 인터넷이나 여러 방송 매체를 통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완벽하게 비정상적인 이 사회를 제대로 풍자한 단어가 아닌가 싶다. 필자는 이 '꼼수'하면 생각나는 만화영화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즐겨보았던 '머털도사'. 이 만화영화 속의 주인공인 머털이는 흔히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비호감이다. 못생긴 외모에 작은 키, 행동은 바보스러운데다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고는 머리털을 세우는 것 밖에 없고, 거기에 스승님을 골탕먹이기 위해 꾀를 잘 부리는 아주 단순한 청년이다. 그런데도 누덕도사는 머털이를 제자로 받아들이고, 누덕마을 제일봉에서 함께 생활하며 지극히 기본적인 것(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않는 것)부터 훈련시킨다. 스승과 함께 살면서 머털이가 하는 주된 일은 바로 스승님 밥 짓는 것이다. 도술은 가르쳐주지 않고 날마다 잔심부름에 밥 타령만 한다고 투덜대지만, 머털이는 스승님이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재주가 아주 뛰어난 꺽굴이라는 한 청년이 누덕도사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이곳을 찾아온다. 그러나 누덕도사는 그를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돌려보낸다. 꺽굴이 역시 누덕도사가 사는 모습에 놀라 배울게 없다 여기고 그곳을 떠나 왕질악도사를 찾아간다. 누덕도사는 왜 재주 많은 꺽굴이를 뿌리치고 부족한 듯한 머털이를 제자로 두었을까. 어려서는 꺽굴이는 나쁜 사람이니깐 그건 그냥 당연한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지금은 누덕도사가 왜 그랬는지 아니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진정 가슴으로 이해하고 있다. 누덕도사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꼼수'의 최후를.

머털도사의 이야기를 마무리하자면 이렇다. 결국 누덕도사는 왕질악도사의 꼼수에 넘어간 머털이를 대신에 죽임을 당하고, 왕질악도사는 그의 제자 꺽굴이의 꼼수에 속아 죽임을 당한다. 그렇다면 꺽굴이는 어떻게 되느냐. 꺽굴이 역시 자기 자신의 꼼수에 밀려 머털도사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게 바로 이 만화영화가 우리에게 보여준 꼼수의 최후다.

지금 우리는 '꼼수'의 나라에 살고 있다. 사실 처음엔 내가 살고 있는 이 대한민국이 겨우 자기 주먹만한 권력을 쥔 자들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다스려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하고 분노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슬픈 건, 이런 상황에서도 아무런 힘도 권력도 없는 우린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그저 눈뜨고 지켜봐야만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비통한 일인가.

우리에겐 우리를 대신해 이 거대 '꼼수'세력에 맞서 싸워줄 강인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꼼수부리지 않는 진정한 지도자 말이다. 누덕도사가 머털이에게 가르치려 했던 것이 이것이 아니었을까. 누덕마을 사람들의 평화를 지켜주기 위해선 도술을 이용해 자기만의 나라를 만들려고 했던 꺽굴이보다 그 힘을 이용해 마을 사람들의 안정과 평화를 지켜 줄 머털이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누덕도사는 머털이에게 먼저 자기의 욕심을 버리는 훈련을 시켰고, 이 시험을 통과한 후에야 비로소 도술 부리는 방법을 일러줬던 것이다.

우린 이미 지도자 선출에 있어 한 번의 실수를 했고, 그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또 앞으로도 그 여파가 어디까지 갈 지 장담할 수 없다. 이젠 우리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누덕도사와 같은 혜안으로 빨리 머털이 같은 지도자를 찾아 '꼼수'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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