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작년 11월 즈음에 아이폰 3GS를 구입했다.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는 현재, 애플사에선 아이폰 4세대를 넘어 5세대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렇듯 애플사뿐만 아니라, 여러 회사들이 스마트폰 전쟁에 뛰어듦에 따라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혁신은 줄어들고 신제품 경쟁과 마케팅만 난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서 가져야 할 의문은 과연 이러한 스마트폰 경쟁이 의미가 있냐는 점이다. 올해의 스마트폰 경쟁 추세는 ‘얼마나 빠른가?’이다. 실제로 최근에 나온 스마트폰들은 대부분 1GHz 이상의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다. 올 1월 LG전자가 가장 먼저 1GHz 듀얼코어폰인 ‘옵티머스 2X’를 내놓았고 4월에는 모토로라가 1GHz의 ‘아트릭스’를, 삼성전자가 1.2GHz의 ‘갤럭시S 2’를 각각 발표했다. 또 5월에만 팬택이 1.5GHz의 ‘베가 레이서’를, 대만 HTC가 1.2GHz인 ‘센세이션’을 공개했다. 허나 프로세서 동작속도의 수치가 높다고 해서 결코 실제로 빠른 것은 아니다. 의미 없는 숫자경쟁만 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 간 스마트폰 경쟁의 폐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소비자 본인이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는 한 연달아 출시된 스마트폰들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반 구매자들은 전문적 스펙용어로 무장한 신형 스마트폰들이 출시되면 그 차이를 모른 채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

통신업계 또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증권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 모두 스마트폰 활성화로 인한 마케팅 부담 증가로 수익 개선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스마트폰 전쟁을 벌인 SK텔레콤과 KT는 마케팅비의 과지출로 인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고,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보조금을 실어줬던 LG유플러스 역시 부진한 실적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과열경쟁을 어떻게 조절해야할까? 얼마 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위원회는 제도적, 법적 제제를 모두 가해서 통신시장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 하겠다”며 통신업계의 자제를 주문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도 생산자에게도 피해가 가는 이러한 상황에서는 자제보다는 규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몇 달 혹은 1년 단위로 생산 시기를 조절하는 규제를 둔다면 각 사는 지금처럼 ‘누가 더 빨리 출시하냐’의 보여주기식 경쟁을 떠나 기술력으로 승부하려 할 것이다. 의미 없는 프로세서 숫자경쟁을 그만두고 영화나 소설에서나 볼 법한, 휴대폰이 집 열쇠도 되고 차 열쇠도 되는, 혹은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는, 정말 말 그대로 똑똑한 휴대폰을 만들기 위해 노력 할 것이다. 또한 소비자에게도 0.2GHz 차이가 아닌, 훨씬 질적 향상이 된 신제품을 내 놓는다면 향상된 측면을 바로 알 수 있어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IT계열은 발전 속도가 가장 빠른 분야중 하나다. 하지만 각 사가 실제 능력처리 속도와는 관련 없는 수치들을 높이고자 경쟁한다면 그것은 발전이 아니다. 앞서 말했던 규제는 자유경쟁체제에 다소 맞지 않는 말로 들릴 수 있겠지만 사태는 심각하다. 양 측 다 피해가 간다면 그에 상응하는 해결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규제를 통해 정말로 똑똑해진 스마트폰을 만날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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