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진보신당 광주시당 사무실에서는 당 대표단 및 광주시당 임원 선거 유세가 있었다. 9·4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이 부결되고, 통합을 주장했던 이들이 탈당하면서 진보신당은 큰 혼란을 겪게 되었다. 당대표에 출마한 홍세화 후보는 당이 맞이한 혼란의 극복과 진보신당의 제 얼굴을 찾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는데, 그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것이 ‘꾸준한 글쓰기’이다. 지금까지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그들은 어떤 결정이나 행동을 하면서 그 근거를 밝히거나 해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홍세화 후보는 글쓰기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당원들과 생각을 공유하며, 논의도 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어쩌면 소박할 수도 있는 홍세화 후보의 공약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정치인들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진보신당에서 탈당한 유명 정치인들 역시 자신들의 결정과 행동을 해명하는 말이나 글을 남기지 않았다. 이러한 행태는 몇몇 정치인들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FTA의 빠른 처리를 요구하는 대통령은 주장이나 협박만을 할 뿐, 논리적인 설득을 하지 않는다. 최근 화제가 되는 야권 통합 논의에서도 효율성과 흥행을 위한 정치공학적인 이야기만 가득하다. 이런 행태의 반복은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두지 못하도록 하거나 아니면 정치를 스포츠처럼 대하는 원인이 된다.

이제껏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어느 조직을 대표하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조직의 구성원들과 논의한다는 것은 너무나 기본적인 덕목이다. 본래 정치란 “우리가 누구와,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를” 결정하고 더불어 그 싸움을 해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홍세화 후보의 글쓰기와 같은 것을 정치활동에서의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가 아니라 승패를 두고서 애원하거나 인기에 기대는 정치인은 시민들을 동지가 아닌 동원의 대상으로 생각할 뿐이다. 아마도 이들은 글을 쓰고 깊이 있게 논의하는 일을 두려워 할 것이다. 그 과정은 그들의 생각의 빈곤함을 증명할 것이며 꼼수를 밝히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글 쓰는 정치인을 글 쓰는 학생회장으로 바꿔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총(여)학생회 선거는 어떨까? 후보들의 공약은 ‘글쓰기’를 바탕으로 나온 것일까? 한 학우가 ‘무효표 행사를 위한 투표 거부 제안’이라는 대자보를 붙인 것을 보면, 후보들은 자신의 마땅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 같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우리는 후보들에게 글을 요구하고 타당성을 검토하고 물어야 한다. 그리고 투표의 판단 근거는 대형 현수막이 아니라 후보들의 글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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