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도 길을 지나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온통 도가니 얘기뿐이다. 영화에서 보여준 성폭력 뿐 아니라 구타, 감금, 기부물품 착취란 불편한 진실에 울부짖는다. 단순히 영화를 넘어 인화학교, 법인, 사회복지사업법에도 불을 켜기 시작하니, 이것 참 분노의 도가니다.

2006년 인화학교 문제로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하고, 광산구청 앞에서 242일 동안 천막농성을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니, 영화 한편으로 세상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인화학교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6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뛰어다녔던 노력이 이렇게라도 결실을 맺은 것 같으니, 이것 참 눈물의 도가니다.

2007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반대했던 한나라당이 먼저 나서서 법을 바꿔준단다. 6년 동안 관심 한 번 없던 언론들이 앞다퉈 인화학교를 보도해준다. 6년 전에는 안됐던 것이 지금은 가능하다. 대중이 관심을 보이니 정치인도 언론도 냄비처럼 뜨거워졌다. 우리의 관심사를 눈여겨봐 주시니, 이것 참 감사의 도가니다.

때늦은 분노이긴 해도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문제가 해결 될 듯하다. 시민과 언론이란 냄비가 끓어 닷새만에 끝이난 강호동과 달리 책으로 시작해 영화, 언론, 정치란 냄비로까지 번졌으니 금세 끝나진 않을 것이다. 과연 쇠붙이를 녹이는 데 쓰이는 그릇, 도가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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