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안철수 씨의 서울대 융합기술원장 취임소식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안씨는 원래 의사였지만, 컴퓨터 분야에 진출해서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해내면서 의학을 컴퓨터에 접목시켜 융합학문의 선구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러한 안씨의 취임이 융합학문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융합학문의 중요성과 발전 필요성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 역시 증대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서 말하는 융합학문이란 단순히 학문과 학문의 연계뿐만 아니라 학문 간의 경계를 두지 않고,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과학적 진리를 ‘융합’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탐구하는 학문이다.

현대사회는 지식·정보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파생되는 사회문제는 해결하기에 더욱 복잡해져가고 있다. 저작권 문제나, 망 중립성 문제와 같은 최근의 사회문제들은 단순히 한 가지 분야의 관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이 내포되어 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학문과 학문의 연계로부터 융합학문에 이르는 과정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한 이미 이전에 융합을 시도했던 학문들은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의학과 공학을 융합한 분야에서는 의료기계를 실제 의료계의 상황에 맞게 개발하고 있으며, 예술과 경영학을 융합한 분야에서는 예술의 가치가 효율적으로 경제적 가치에 부합할 수 있게 운용하고 있다. 융합학문을 통해 학문간 발전에 큰 시너지를 가져올 뿐 만 아니라 다른 영역의 학문에 대한 학습과 이해를 통한 열린 자세를 가진 인재육성이 가능하기에 융합학문은 현대시대에 필요한 학문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융합학문의 필요성을 실감한 대학들은 서둘러 융합학과를 신설하거나, 융합학문에 관한 강의를 시작했다. 일찍이 서울대는 융합기술원을, KAIST는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을, 연세대는 미래융합기술연구소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학들은 융합학문의 범주를 대학원이나 연구소에 한정하지 않고, 학과수준까지 확대하기 위해 올해 삼성기업의 지원을 바탕으로 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는 ‘IT융합학과’를 신설하였고, 충북대 또한 디지털융합학과를 설치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많은 지원을 하지 않고 있어 융합학문의 발전이 더뎌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현재 정부에서 단순히 예산지원과 같은 금전적지원에 그치고 있어서 전문가들은 금전적인 지원만으로는 제대로 된 융합학문을 발전시킬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써 융합연구를 하는 경우에 공동연구 계획서를 통해 정부로부터 예산지원을 받게 되지만 학문 간의 입장 차이를 끝끝내 이해하지 못하고 예산을 쪼개서 학문별로 따로 연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또한 학문 간 입장 차이를 충분히 이해했다 치더라도 공동연구를 하는 경우, 각 분야에서 기본이 되는 학문지식의 부족으로 대화가 통하지 않아서 공동연구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정부는 새로운 학문영역인 융합학문의 기반을 다지고 효과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의 예산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학자들이 학문 간의 기초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융합하는 학문 간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주관의 융합학문 간의 정기적인 학술교류 워크숍과 같은 정책적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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