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또 기다릴 순 없다", 단단히 결심한 듯 자리에 앉아 공부하는 공시생의 뒷모습.

▲‘적응’, 합격을 꿈꾸며
한 달여 정도가 지나자, 이 삭막한 환경(?)과 생활에 점차 적응이 되어 간다. 아침 수업을 위해 매일 부스스한 눈으로 일찍 일어나는 것도, 반나절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아 입에 단내가 나는 것도, 졸음을 쫓으려 의무적으로 하루에 커피 한 잔 이상 마시는 것도, 제일 편한 삼선슬리퍼와 트레이닝복을 입고 공부하는 공시생의 모습들도, 심지어는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각성을 촉구하며 매시간 재방송되는 선생님들의 따끔한 조언까지도 말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즐거움’이라는 것을 잊고, 아니 애써 외면한 채 공시생들은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비어가는 뒷자리와 채워지는 새로운 공시생들의 모습들이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이었을 뿐 이 곳에 ‘변화’란 없었다. 매년 겪는 현상. 이 곳 강사가 말했다.

그리고 친구 만나는 것을 줄이고 규칙적인 생활과 꾸준히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공무원에 합격할 가능성이 높다며 명절, 가정의 대소사 등을 잠시 뒤로 미뤄둬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독하게, 미친 듯’ 공부해야만 합격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 그만큼 딱, 그 정도하면 된다고 했다. 신기한 건 기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절로 끄덕였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암묵적인 동의의 표시이자 씁쓸한 사실이었다.

자, 이제 실전이다! 이론수업을 듣고 문제풀이 위주로 공부를 새로 시작한다. 하지만 보기가 네 개 주어지는 문제들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보기가 많은 것도 아닌데 대각선으로 계속 그어지는 문제들을 보다 보니 갑자기 ‘겸손’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그 덕분에 스스로의 위치를 깨닫는다. 복습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데 주력한다. 대부분이 처음 배우는 것들이기에 강의를 듣고 나서, 개인 시간을 활용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험일이 다가올수록 긴장감이 극에 달한다. 공부를 하고 있어도 불안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선발인원이 적을 것이라는 이야기와, 예년보다 난이도가 더 높을 것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게다가 모의고사 성적은 왜 이렇게 신통치가 않은지. 시간은 충분하지 않고 이해는 안 되고, 답답한 노릇이다. 더 놀라운 건 만점에 가까운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알 수 없는 그들이 부러워진다. 그들은 얼마나 노력했을까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하고 심지어는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다는 희한한(?) 마음마저 든다. 아아, 그만 그만! 스스로의 노력부족을 탓해야 할 때이다. 합격. 다른 이보다 더욱 열심히 정진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아름다운 ‘보상’이라 생각이 든다.

▲‘결전’, 지독한 적막
아침부터 전쟁터가 따로 없다. 시험장 앞에는 많은 인파가 붐비고 있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일과 비슷한 풍경이다. 고시학원 관계자들, 응원하러 나온 가족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수험생들까지 천차만별한 모습들이다. 대한민국의 공무원이 되기 위해, 그리고 그 기나긴 여정을 마치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그 하나의 목표를 바라고 달려온 공시생들. 이제 정말 피할 수 없는 결전의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쉿!’하는 소리가 무색하게 시험장 안은 지독하리만큼 조용하다. 말 한마디라도 하면 ‘불합격’이라고 누가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는 모습. 긴장된 분위기. ‘드르륵’ 문이 열리며 들어온 시험관. 모든 게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진행되는 절차. 신분증 확인. 책상 위에 놓이는 시험지와 답안지. 땡. 정적을 깨는 시작종소리. 그리고 종이 넘기는 소리와 함께 시험은 시작됐다.

‘나도 공무원 준비나 해볼까?’라는 우리들 물음 속에서 시작한 수험일기.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는 만큼 공시생들의 생활은 어떤지 썼다. 판단은 개인의 몫. 기자는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줄 아는 진정한 ‘청춘’이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