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365일 이른 아침, 합격하는 순간까지 슬리퍼를 신은 편한 복장. 학원과 독서실로 향하는 ‘공시생’들.

수백 대 일 공무원 인기…멍하니 보낸 공시생 첫날

※ 공시생 : 공무원 시험합격을 목표로 하는 준비생을 줄인 말

‘공무원’에 대한 관심이 식을 줄 모르고 나날이 뜨겁다.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공무원 시험열풍이다. 매년 몇 백 대 일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데도 그 인기는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왜 학생들은 공무원이 되고 싶은 걸까? ‘공시생’의 시각으로 ‘공시생’을 파헤쳐본다.

▲안정위해 공무원 발길
공시생들은 말한다. 무엇보다 안정적이라는 것. 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연봉은 더 높지만 언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위험부담이 큰 탓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보다는 개척되어 있는 길을 가는 것이 ‘안전’하다는 심리가 작용한 듯 많은 학생들이 공무원을 위해 ‘공시생’이 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요새는 특히 학과공부보다는 공무원 시험에 ‘다 걸기’하는 학생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 우리네 학과동기들을 강의실이 아닌 고시학원에서 조우하게 되는 일도 드문 일이 아니다. 대학교육이 취업에 실질적인 공부가 아니라는 인식으로 인해 학생들이 점차 불안을 느끼게 되었고 ‘보장된 삶’을 은연중에 바라게 된 이유로 보인다. 그렇다면 공무원 시험이란 무엇이고, 공시생은 어떤 모습으로 생활하며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을까?

▲입문(入門), 비장함 감도는 빽빽한 강의실
‘아, 드디어 오늘이구나.’
학기가 끝나자마자 등록한 고시학원.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인 ‘공무원’에 도전하는 날이다. 선택한 직종은 9급 일반행정직. 학생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직종이다. 국어, 영어, 한국사, 행정법, 행정학 총 5개 과목으로 비교적 친근한(?) 과목으로 시험을 치르고 다른 직종보다 많은 인원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다른 직종에 비해 경쟁률이 높아 굉장히 치열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긴다.

강의실 뒷문을 열었다. 우와! 몇 백 명이 앉아도 모자람이 없을 것 같은 거대한 대강의실. 그 안에 빽빽이 자리 잡은 사람들. 얼굴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하나같이 긴장한 듯 초조하고 경직되어 있는 모습들. 생각했던 것보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인원에 압도당해버렸다. 이 사람들 모두가 일반행정직에 응시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눈앞에 펼쳐진 불편한 진실들에 입이 놀라 다물어지지 않는다. 대답해 줄 익살스러운 친구가 옆에 있다면 ‘이거 몰래카메라지?’하고 묻고 싶다. 연간 몇 명이나 모집하기에 이 많은 인원들이 이곳에 앉아 공부하려하는 걸까? 심히 궁금해진다. 그리고 강의실이 이렇게 큰데 사람들이 오밀조밀하게 붙어있으니 보기에도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다행히 자리가 보여 그 쪽에 앉으려고 들어가려는데 책상과 의자 사이가 어찌나 좁게 느껴지는지. 바로 옆에 앉은 사람도 마찬가지인 듯 불편해 보인다. 실제로 자리가 무척 좁은 건지 기자가 그렇게 느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만큼 혼란스럽다. 가만 있자, 이거 사태가 심각하다. 여기서 어떻게 공부를 하지? 걱정이 앞선다.

책을 펴려는데 두께가 무척이나 두껍게 느껴진다. 이 책들을 다 공부할 수 있을까? 한 과목당 객관식 20문제가 출제된다는데, 문제에 비해 공부해야 하는 분량이 너무 많게 느껴진다. 이걸 다 공부하면 정말 다 ‘공부’한 게 되는 걸까?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놀람은 이제 그만. 소문이 자자한 공무원 시험이다. 만만치 않은 시험이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시작된 첫 수업. 간단한 인사를 마친 후부터 바로 시작되는 수업. 첫 느낌. ‘비장함’. 강의실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합격'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함께 공유하지만, 모두가 ‘친구’는 아니기에 자신을 타인보다 더 채찍질하려는 그런 비장한 모습들이었다. 한번 접하면 쉽사리 잊을 수 없는 ‘아우라(aura)’에 멍하니 하루를 지나보냈다. 첫째 날, 놀람과 생소함을 새롭게 경험한다. <‘적응’과 ‘결전’은 1487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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