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들은 실패를 쓸모없는 것, 빨리 잊어야 할 것이라고 소리 높여 외친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80%의 실패가 없었다면, 과연 20%의 성공이 가능이나 했겠느냐고.”
도쿄대학 하타무라 요타로 교수는 ??실패를 감추는 사람 실패를 살리는 사람??을 통해 실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실패를 학문화 한 ‘실패학(失敗學)’이라는 개념을 통해 실패의 속성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함으로서 실패를 성공의 토대로 삼기를 바랐다.

율리히 벡 교수의 위험사회 이론에서 보듯 현대문명과 과학기술은 위험구조를 내포하고 있고, 그만큼 실패의 사례도 많다. 더욱이 방대하고, 체계적인 구조의 특성을 지닌 현대사회의 실패는 개개인의 책임보다는 사회 시스템적인 측면이 더 짙기 때문에 실패의 규모나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요타로 교수에 따르면 실패의 원인에는 ‘개개인에게 책임이 있는 실패’부터 ‘사회 시스템 부적합’까지의 계층성이 있고, 이를 분석하여 합당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실패학이 의미 있는 것은 쉽게 은폐되어 어둠의 영역에 있는 실패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 있다. 이는 실패한 것에 다시 눈길을 주고 싶지 않은 ‘인지상정’의 감정에 ‘딴지’를 건 ‘솔직함’이기도 하다. 벡 교수의 위험사회 이론도 마찬가지다. 벡 교수는 지난 2000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는 주로 밝은 면만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제 어두운 면이 점점 더 중요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실패학이 힘을 발하려면 실패와 위험을 감추는 것이 아닌 긍정적으로 활용하려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요타로 교수는 “실패를 통해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가지고 살아서 성공하여 더 많은 창조로 사회를 새롭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사회에 대한 최고의 사죄요, 자기 인생에 대한 책임감 있는 태도”라고 말하며 권위주의적 풍토를 비판했다. 실패가 프리드리히 니체에 있어서의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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