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발표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듣기보다 말하기를 더 잘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더불어 자기주장의 결론 도출이 상당히 빠른 것 같다. 남 앞에서 자기견해를 피력하기에 앞서 얼굴부터 달아오르던 지난시절과 비교하면 요즘 학생들은 자기주장에 거침없고 당당하며 논리적이다.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자기생각만 앞세우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은 조급하게 대답하는 것을 자제하여 실수를 줄이고, 다른 사람의 말에 몰입할 때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어 결국 자신의 뜻을 잘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요즘처럼 할 일 많은 바쁜 세상에서 여유를 가지라니 자칫 여유가 나태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여기에서의 여유란 자기 할 일에 애정을 갖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도 비교적 목표를 높이 그리고 멀찌감치 잡고서 서서히 제대로 관철해나가자는 것이라 해두자. 그동안 우리를 ‘빨리 빨리’의 틀에 가두어 둔 것들에 대해 좀 느긋한 마음으로 바라보자는 얘기다. 그래서 기분 좋게 스트레칭을 겸한 기지개도 켜보고, 나태를 마무리하는 하품도 크게 한 번 해보자. 물론 세상을 보다 성실하게 살기 위한 여유이기에 절제가 수반되어야 함은 부언할 필요조차 없겠지만 말이다.

이제 바람 좋고 하늘 높아 무엇을 해도 좋은 시기이다. 이 가을에 자유롭고 무한한 미래의 가능성이 자신에게 열려 있다는 큰마음을 갖자. 내가 꿈꾸는 것이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따라서 조바심내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준비를 해보자. 때론 대학에 입학할 때의 각오를 한 번 뒤돌아보면 어떨까? 벌써 희미하게 퇴색해버린 결심이 있는 반면, 조그만 성취도 맛보았으리라. 어쨌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환경은 우리를 너무 서두르게 하지는 않았던가? 그렇다보니 제대로 된 목표달성보다는 준비도 제대로 못한 채 불안감에 등 떠밀리듯 그저 반복되는 수험생의 나날을 보내고 있지는 않는지? 이런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최근의 취업난이 학생들을 조바심 나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귀착하곤 한다. 경기침체의 구조적인 문제는 쉽게 풀 수 없겠지만, 그래도 순환적인 경기회복은 되풀이 되고 있다. 즉, 경기회복 시점에서는 분명 노동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초조하게 걱정만 하기보다는 중장기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여 전략적으로 사회에 진출할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또한 향후의 사회 환경변화를 예견하여 미래의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계발에 힘을 쏟아야 할 때이다. 기회는 준비하는 자에게 온다는 평범한 진리에 입각하여, 지금처럼 취업시장이 어려울 때일수록 우왕좌왕 조급하게 속도를 내기보다는 목표와 방향설정이 올바른지 재점검 하는 여유가 지금쯤 필요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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