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됐지만 개강을 앞두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새 공책과 펜을 사는 것은 초등학교때와 매한가지다. 앞으로 들을 수 있는 강의가 몇 개 남지 않은 4학년인 나 역시도 개강 전날 학교근처에서 새 공책을 사들고 강의실로 향했다.
개강 첫날인지라 학생들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이다. 수업이 이뤄지는 방법이나 배우게 될 내용들을 설명하는 첫 수업을 잘 들어야 한 학기 동안의 자신의 행보가 결정되기 때문일게다. 개강 첫날 첫 수업의 이러한 호기심 어린 눈빛은 새내기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그런데 이와 함께 또 변함없는 것이 있다면 한 대학의 한 흐름이라 단정짓기엔 너무나 틀에박힌 수업내용과 방식들이다.
천재 물리학자로 알려진 스티븐 호킹은 자신의 책 '시간의 역사'를 마무리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오늘날까지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우주가 무엇인가를 기술하는 새로운 이론을 개발하는 데 골몰한 나머지 왜 우주가 존재하는지 물을 틈이 없었다".
지금 대학에서 쏟아지는 강의 내용들은 우주가 무엇인가를 기술하고 새로운 이론을 개발하는 것만 가르치는데 너무 많이 쏠려있다. 물론 대학에서 지식을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안주해버리는 우리대학의 현실은 수강신청기간 여석이 없는 경우를 제쳐두고서라도 학생들에게 "수강할 만한 수업이 없다"는 볼멘소리를 터지게 한다.
새내기 때 한 선배가 호주머니 쌈지돈을 털어 책을 한 권 사 선물해 줬는데 몇일전 방청소를 하면서 다시 그 책을 보게 되었다. 누렇게 뜬 책장을 넘기다가 곰팡이 냄새 너머로 빨간색 밑줄위에 새겨진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대학의 지식이란 쓸모가 없어야 한다". 쓸모있는 지식은 굳이 대학이 아니더라도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자본이 직접 가르쳐 주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그런곳에서 배울수 없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일게다.
"저는 교재없이 수없해요. 사실 교재가 별로 필요하진 않아요. 책 읽어보면 다 아는데 그런걸 가르칠 필욘 없잖아요. 저는 생각하는 방법을 강의합니다". 이번에 내가 듣게된 한 과목의 첫 수업시간에 담당교수가 했던 말이다.
스티븐 호킹도 말했듯 머지않아 누구나 우주가 무엇인지를 말할 수 있게 될 날은 올 것이다. 그리고 나면 인간은 질문할 것이다. 왜 우주가 존재하는가. 이번에 내가 개강전날 산 새 공책엔 이러한 이야기가 채워질수 있다면 좋겠다.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물건을 찍어내는 공장과 대학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학이라는 곳에서 어디서나 배울수 있는 똑같은 쓸모있는 지식만을 배우고 있지 않은 지 되돌아볼 일이다.

/전대신문 정설희편집장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