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없는 세상 위한 27시간의 외침

▲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지난달 30일 새벽 부당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청학성당 앞 수변공원 일대에서 문화난장을 벌였다. 이들은 정리해고 사태에 대해 밤새 토론했다.

차도인데 차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로 가기 위해 영도대교를 건너려는 희망버스 참가자들, 그리고 그들의 진입을 저지하는 경찰과 보수단체 어버이연합. 지난달 20일 밤 10시, 부산 영도구는 차보다 사람이 많은 곳이었다.

우연히 만난 한국해양대(이하 해양대) 기자, 해운대 약사 부부와 함께 샛길을 찾아 대교를 건넜다. 그러나 대교 건너편은 샛길까지도 경찰들이 막아섰다. 경찰은 통행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고, 신분 확인된 영도 주민만이 그 길을 지나갈 수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국토 어느 곳이나 지나갈 수 있어야 하지만 이 날 영도에서는 그런 최소한의 자유도 허용되지 않았다.

신분증 확인을 통해 영도 주민이 아님이 밝혀진 기자 역시 저지당했다. 골목 골목을 돌면서 기자는 다른 곳의 상황을 살피고, 약사 부부는 지도 검색을 통해 경찰 봉쇄를 뚫고 영도조선소로 갈 방법을 찾아냈다. 영도 주민의 차를 얻어 타고 들어갔다는 이 사람들의 트윗제보는 무엇보다 큰 힘이 됐다. 차를 태워 준 영도구 주민은 “다 생각이 있어서 멀리서 까지 온 것 아입니꺼”라며 “조금은 불편하지만 함께 살자고 하는 행동이니 응원 하겠십니더”란 말을 남기며 영도조선소 주위에서 기자 일행을 내려줬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경찰 차벽으로 막혀 들어갈 수 없었던 영도조선소 대신에 그 앞 수변공원에 모여있었다. 1km가 안 되는 거리를 세 시간 넘게 돌고 돈 후에서야 들어올 수 있었다.

희망버스를 탔다는 점과 경찰을 피해 어렵게 들어왔다는 공통점까지 더해진 열기에 새벽은 해가 있는 것처럼 뜨거웠다. ‘불을 찾아 헤메는 불나비처럼 밤이면 밤마다 자유 그리워….’ 어디선가 노동가요가 흘러나왔고 참가자들은 옆사람 손을 잡거나 자연스레 몸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휠체어 탄 장애인, 아빠 손 잡고 온 어린이, 정리해고 반대 팻말을 들고 있는 대학생, 머리가 희끗한 할머니까지 모두 한데 모여 웃고 노래했다. 아들과 함께 파주에서 온 이금곤 씨는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이 곳에 와서 몸으로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벽 3시쯤, 부당한 정리해고 철회를 기원하는 풍등을 날렸다. 한진중공업 만이 아니라 쌍용자동차, 유성기업, 기륭전자 등의 비정규직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길 바라는 염원을 담은 풍등은 하늘 높은 곳으로 날아갔다.

▲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지난달 30일 새벽 부당한 정리해고가 철회되길 바라는 마음을 풍등에 담아 하늘로 날려보냈다. 사진은 휠체어에 탄 장애인이 풍등을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는 모습이다.

다음 날 정오에 희망버스 기획단은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전화연결을 했다. 김 지도위원은 “나약하고 소심한 개인이 어떤 기적을 만들어 내는지 확인했다”며 “이번에도 가까이서 볼 수 없었지만 한 자리에서 만날 날이 다가 오리라는 희망이 생긴다”며 함께 할 것을 강조했다. 전화연결을 들으며 눈물짓던 성균관대 학생 강주희 씨는 “곧 사회로 나가는 대학생에게 정리해고는 남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다”며 “함께 한 목소리를 내고 연대하면 정리해고가 없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버스는 또 다른 희망을 전하기 위해 오는 27일 서울로 출발한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