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같이 가!”

자전거를 타고 쌩쌩 달리는 딸 여민이는 아버지를 자꾸 재촉한다. 하지만 지칠대로 지친 아버지 이욱 씨는 그런 딸을 야속하게 바라보며 “먼저 가, 아빠 여기 있을게”라고 외친다. 여민이는 혼자 가기 무서운지 연신 아버지를 돌아보다 결국 돌아와 아버지 주위만 뱅뱅 돈다. “왜 안와”라는 여민이의 타박에 이욱 씨는 여민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볼 뿐이다.

“일이 좀 빨리 끝나면 이렇게 곧잘 여민이를 데리고 나와 대운동장을 돌아요”라고 말하며 갑자기 혼자 웃는 이 씨. 의아한 표정을 짓는 기자에게 “사실 여민이가 먼저 나오자고 떼를 써서 어쩔 수 없이 끌려나와요”라고 귀띔을 해준다. 영락없는 ‘딸바보’(‘딸만 바라보다’라는 신조어)다.

이 씨는 우리 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동문이다. 그래서 인지 취재를 하는 내내 주변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느라 정신이 없다.

“자주 오게 될수록 알게 되는 주민도 많아져요. 친구들도 보고 후배들도 보고…여민아!”

갑자기 이 씨가 외치며 앞으로 뛰어 나간다. 자전거를 타며 저 앞에서 혼자 놀던 여민이가 쓰러진 것이다.
“괜찮아?”

딸을 일으켜 세우며 걱정스럽게 묻는다. 다행히 여민이는 다친데가 없는 듯 툴툴 털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 아버지를 안심시킨다. “밖에 데리고 나와서 놀다 보면 다칠 것 같은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강하게 키우려고 자주 데리고 나와요”라며 애써 걱정스런 표정을 지운다.

여민이가 수줍음을 많이 타는지 계속 말이 없어 결국 기자가 다가가 말을 걸었다. “여민아 뽀로로 알아?” 그러자 말이 없던 여민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뽀로로 좋아해?”라고 묻는 기자에게 “해리가 더 좋아”라며 만화 속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하지만 더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해리가 누구지?

이번 연재를 끝으로 '전남대를 찾는 사람들'을 마칩니다. 더욱 재밌는 기획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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