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 사업 30년 헌신…“보호보다 자립  도와 함께 가야”

광주광역시 금호동에 위치한 ‘엠마우스 일터’에서는 매일 장애인들이 출퇴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이곳에서 참기름을 짜고, 콩나물을 키우는 등 수익을 내고, 그들이 한 노동만큼 임금을 받는다.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존재하는 엠마우스 일터를 우리 대학 김명선 동문(사회학·78)이 이끌고 있다.

 


▲ 큰 꿈에서 작고 구체적 일로
“당시 생소한 학문이었던 사회학을 택한 것은 전적으로 내 의지였다. 주변의 반대가 많았지만 인간다운 사회를 꿈꿨던 나는 사회학을 꼭 전공하고 싶었다.”

사회 문제와 정의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김명선 동문은 1978년 우리 대학 사회과학계열로 입학해 사회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대학 생활 중 김 동문은 학과 공부 외에도 학생 운동, 학보사 생활 등에도 열심이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평소 지론으로 생각해오던 ‘사회에 대한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항상 큰 꿈을 짊어진 채 전진하고자 했다.

그러던 중 3학년이던 1980년 5·18민중항쟁 후 김 동문의 삶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휴교령이 풀린 학교에는 항쟁 후 살아남은 이들만이 남았다. 김 동문은 절망감을 맛봤다.

“살아있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내 자신이 무력한 존재임을 알게 됐고, 비로소 내가 할 수 있는 사회정의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5·18민중항쟁은 김 동문이 갖고 있던 다소 추상적인 사회관을 구체적으로 바꾸게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장애인에 대한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작은 일부터 해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던 중 1982년 졸업 후 아일랜드 출신의 천노엘(본명 패트릭 노엘 오닐) 신부를 만나 엠마우스(현 엠마우스 복지관)에서 근무하기 시작한다. 당시 마땅한 보수도 없었지만 김 동문은 자신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전공을 살려 장애인 현황 실태 조사, 욕구 조사, 인식 조사 등을 도맡아 했고, 숭실대학교에서 사회사업학과 석사학위도 취득했다. 또한 가정 방문이나 부모님 상담을 통해 장애인 복지를 위해 힘썼다.

▲ 장애인에게 일감을
엠마우스 복지관에서 20여 년을 근무한 김 동문은 2004년 엠마우스 일터 원장을 맡게 된다.

“일을 한다는 것은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장애인들에게 직업을 갖게 하고, 그에 따른 소득을 안겨 줌으로서 개인의 성숙함은 물론 사회 참여의 계기를 주고 싶었다.”

2004년 만들어진 엠마우스 일터는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들을 위주로 안정된 직업생활을 제공, 사회 참여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재는 2010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아 영리와 복지의 두 역할을 위해 힘쓰고 있다.

현재 엠마우스 일터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31명이다. 이들이 노동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내고 있다. 참기름, 들기름, 콩나물, 두부 등의 식품에서부터 청소기나 세탁기의 부품조립, 속옷 포장, 광고책자 포장 등의 하청 작업도 하고 있다. 장애 정도에 따라 일의 능률은 다르지만 모두가 맡은 일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얼마 전 엠마우스 일터에 장애인들만 남긴 채 제주도로 연수를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착오가 있었는지 하청 작업을 제 시간에 마치지 못하게 될 위기에 처했다. 별 수 없이 남아 있는 사람들끼리 회의를 하라고 했더니 모두가 밤을 새서 작업을 마무리 했더라. 감동이었다.”

물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제품들은 시중의 제품들보다는 비싸지만 무엇보다 고품질을 자랑한다. 김 동문은 “참깨를 태우면 시간도 빠르고 더 많은 양의 기름을 생산할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그러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엠마우스 일터에서는 자원 봉사와 함께 실습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실습은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 지금 하는 일 가장 행복
“한 선배가 이 일을 왜하느냐고 묻더라. 배울 만큼 배웠으면 좀 더 편안한 삶을 찾으란 말로 들렸다. 하지만 나는 지금하고 있는 일이 가장 좋고, 이 일에서 행복함을 느낀다.”

김 동문은 매일 장애인들이 작업하고 있는 현장을 찾아 그들이 하는 일도 살피고,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한다. 하루에 세탁기 부품을 5개 정도밖에 만들지 못했던 한 청년이 기자가 일터를 찾았던 날에는 반나절 동안 무수히 많은 부품을 조립해냈다. 김 동문은 이 청년에게 연신 칭찬의 말을 하며 쓰다듬어 준다. 청년도 기쁨을 표정으로는 나타낼 수 없었지만 마음으로 고마움을 전달하고 있었다.

엠마우스 일터가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것은 김 동문의 입장에서는 모험이었다. 영리를 내는 데 소질이 없었던 김 동문이었지만 사회적 기업에서 복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보았다. 김 동문은 “영리와 복지라는 개념이 예전에는 대립되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아니다”며 “두 가지 가치를 모두 추구하는 것이 사회적 기업인데 이를 통해 복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에게도 사회적 기업에 도전해 보기를 권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자본 필요 없이 패기와 아이디어로 승부할 수 있는 것이 사회적 기업”이라며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젊은 날 사회적 기업에 도전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김 동문은 학생들에게 해 줄 학교생활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대학 시절은 한창 인생의 희망이 꽃 필 시점이다. 때문에 요즘 학생들이 사회의 벽에 큰 두려움을 느껴 쉽게 희망을 꺾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의기소침하지 말고, 항상 세계와 인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살기를 바란다.”

김명선 동문은 ▲1959년출생 ▲1978년 우리 대학 사회과학대학 입학 ▲1982년 우리 대학 사회학과 졸업 ▲1982년 엠마우스(현 엠마우스 복지관) 근무 시작 ▲1988년 숭실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사업학과 졸업 ▲2004년~현재 엠마우스 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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