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청년이 냉동기 수리작업을 하던 중 밀폐된 공간에서 질식사했다. 그 청년은 대학 등록금을 벌려고 냉동기 재하청업체에서 일하였는데, 그 일이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임금이 높아서 휴학을 하고 일을 했다. 이 죽음이 아직 1학년인 학생이기에 더욱 안타까웠고, 남의 일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다수 최저임금도 준수하지도 않는 알바시장에서 돈을 벌어봤자 고작 생활비 정도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청년들은 방학을 반납하고 쉬는 날도 없이 열심히 일하며 높은 등록금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갈수록 여유를 누리는 것을 사치로 여기게 되고 꿈을 갖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지난 1학기 전남대에서 가진 ‘등록금 피해사례 양심선언’을 통해 대학민국 땅에서 대학생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에 대해 들어 보는 자리를 마련한 적이 있는데, 최근 그 날 발언했던 친구들을 만나보았다.

주말 저녁 알바를 마치고 자정이 넘어서야 만난 한 친구에게는 짜증만이 가득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반가운 기색도 없이 한숨만 푹푹 쉬는 까닭을 물었다. 이유인즉슨, 유흥주점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시민단체에 활동하다 잠에 취해 운전학원에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너는 내가 아니니까 이 기분을 이해하지 못할 거야”라며 다시금 한숨을 내쉬는 그 앞에서 88만원 세대에게 꿈을 꾸는 것조차 사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를 꿈꾸는 대학 4학년 한 친구의 일상은 방학이 되어도 다를 것 없이 힘겨워보였다. 주중에는 저녁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주말에는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등록금과 생활비를 번다. 벌써 여름방학이 다 끝나가지만 남들 다가는 바닷가 한 번 가지 못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며 세 달을 꼬박 안 쓰고 모아야 한 학기 등록금이 모인다.

친구도 못 만나고, 연애도 못하고, 제대로 학과 공부도 못하는 형편의 친구의 유일한 낙이라면 하루에 세 번 담배를 태우거나, 일주일에 한 번 폭음주을 하며 일터에서 가진 스트레스를 푸는 일이다. 그런데 일에 치여 좋아하는 공부마저 제대로 할 수 없다니 그의 답답한 심정이 이해가 간다. 졸업해서 제대로 만화가의 길을 가려면 현재 많은 공부와 연습이 필요한데 잠 잘 시간은 부족하고 일은 하면 할수록 주머니는 비어간다. 공부에 대한 부푼 젊은 열정도 아르바이트에 치인 지친 생활의 반복 속에 자꾸만 사그라진다.

2012년 한국의 최저임금이 현재 4,320원에서 4,580원으로 6%인상된다고 한다. ‘한국’에서 조금이라도 오르는 것이 신기하지만, 그마저도 다른 OECD 가입국들과 비교해보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이 거의 꼴찌수준이라고 하니, 얼마 전 광주 시내버스비 200원(일반인 기준)으로 올라 ‘헉헉’대며 버스를 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게도 느껴진다. 비단 최저임금만이 문제이랴. 취직을 해도 비정규직이 태반인지라 지속적인 안정을 구할 수 없는 생활, 대출이 아니면 근접하기도 힘든 집값,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지 않는 물가, 감당하기 힘든 등록금 등을 안고 살아가는 이 시대 청년들에게 ‘젊으니까 괜찮다.’고 하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아르바이트로 세상 경험을 쌓고 사회를 알아가는 일은 활기찬 젊은 날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문구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 경험으로서 알바를 대하는 경우는 극히 소수에 해당한다. 대부분 학생들은 알바를 고달픈 생활로 이어나가기 위한 수단, 혹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기대한다. 그야말로 ‘알바 천국’이 아닌, ‘알바 지옥’이다. 지옥에서 빠져나와 천국으로 가는 길은 사람답게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사회의 뒷받침이 우선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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