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상승과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를 배경으로 원자력 발전이 수년 전부터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원자력이 마치 미래의 녹색 에너지인 양 선전하고 있다. 원자력의 경제성을 내세워 타 에너지원에 대한 우월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자력은 절대 경제적이지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반대로 엄청난 비용을 유발하며 대대손손 환경에 치명적 위해요인이 될 뿐이다.

우선 원자로 운영에 필요한 우라늄을 가공하는 데에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우라늄 채굴 과정에서 방출되는 방사능은 그 과정에 참여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에도 치명적 위협을 의미한다. 또 원자력은 매우 위험한 에너지이다. 원자력산업과 정부가 아무리 기술의 완벽성을 주장해도 모든 사고의 가능성을 100%로 배제할 수는 없다. 예기치 못한 이유로 대형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규모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가 보여주듯 상상을 초월한다.

원자력은 결코 저렴한 에너지가 아니다. 원자력 발전의 비용 산출에는 그 위험비용과 사후 처리비용이 누락되어 있다. 대형사고가 날 경우의 인적·물적 ‘비용’은 산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규모다. 체르노빌 사고 이전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평균 수명은 79세에 달했으나, 사고의 후유증으로 2020년 경이 되면 55세에 불과하게 된다고 한다. 사고 당시 뒷수습을 위해 60만 내지 80만 명의 주로 젊은 군인으로 구성된 ‘처리반’이 투입되었는데, 이들 중 이제까지 5만 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나머지도 대부분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령 원자력발전소가 사고 없이 무사히 ‘임기’를 마친다고 하더라도 그 처리비용은 가히 천문학적 규모다. 현재 프랑스에서 가동 중인 54개의 원전을 폐기하는 데 드는 비용만 최소 3,000억 유로(약 450조원)라고 한다. 핵폐기물 처리비용은 추측하기조차 힘들다. 극도의 독성을 지닌 플루토늄은 그 반감기가 24,400년이며 50만년 간 방사능을 띄게 된다고 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고작’ 5,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을 감안하면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인류의 과제가 어떤 차원의 것인지 어렴풋이 느껴진다. 현재 핵폐기물을 영구(?) 보관할 수 있는 장소가 전 세계에 단 한 군데도 없다는 사실과 이 어마어마한 과제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놓여있는 것 같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빗대어 누군가가 원자력발전을 도착지도 모른 채 떠난 비행기에 비유한 바 있다.

이 모든 사항을 고려할 때 원자력은 터무니없이 비쌀 뿐만 아니라, 극도로 위험한 에너지이다. 독일을 비롯한 선진 산업국들이 조만간 원전을 완전히 폐기하고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에 주로 의존하는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 체계로 나아가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후쿠시마 사고는 이러한 결정을 좀 더 앞당겼을 뿐이다. 독일과 한국이 후쿠시마 사고에 대응하는 모습은 정 반대인 것 같다. 한국 정부와 재계는 후쿠시마가 마치 지구 반대편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별 일 아니었다는 듯 기존 에너지체계를 고집하고 있다. 원자력과 화석연료가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점점 더 확연해지고 있는데 이렇듯 과거에 안주하며 새로운 에너지 미래의 개척을 등한시해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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