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79호 무적을 통해 학생총회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었다. 하지만 그 전망이 여지없이 빗나갔다. 빈 의자를 뒤로하고, 5·18 퍼레이드 행사와 전야제 취재를 위해 발길을 돌렸었다.

판단이 빗나간 것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봤다. 생각의 끝을 간단히 종합하면 ‘온라인 여론’을 지나치게 믿었기 때문. 평소 전대광장에 자주 드나드는 터라 그곳에서 학생총회를 주제로 이야기가 오갈 때마다 성사 여부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하게 되었던 게 과오였다.

얼마 전 집에 휴대전화를 두고 왔다. 하루에도 수십 통 전화와 문자를 받아야 하는 터라 처음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왔다는 것을 알았을 때 여간 맘이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덕분에 아침부터 약속했던 사람, 연락오기로 했던 사람 등을 만나기 위해 나름 동분서주했다.

그런데 오후 쯤 되니 ‘이 생활도 뭐, 할 만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다니다 보니 우연치 않은 일이 수도 없이 일어났다. 우연히 사람을 만나고, 우연히 소식을 접하고…. 다양한 소식을 사람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쌓이다보니 더 이상 우연이 아니었다. 발이 만들어낸 진짜 만남이었다.

독일의 유태인 철학자 마르틴 부버(M. Buber)는 “참된 삶은 만남”이라 했다. 그동안 사람들과의 만남에 소홀했던 것 같다. 만남의 연결고리로서의 전화와 인터넷만이 내 소통의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 부끄러웠다. 좀 더 빨리 깨달았더라면 학생총회를 더 현실적으로 전망했을 것이다. 좀 더 내 몸을 연결고리고 삼았어야 했다. 만남을 위해 좀 더 많이 움직였어야 했다.

학생총회 무산은 총학생회가 학생과의 만남에 실패한 것이기에 그 의미를 깊이 생각했으면 한다. 총학생회는 학생들과 왜 만나지 못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만날 것인지와 같은 물음을 던져야 할 것이다.

아참, 학생 약 80%가 법인화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고 하는데…. 지난 무적에서도 말했듯 법인화 문제는 무엇보다 시급하다. 총학생회는 이제 어서 본부와 만나러 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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