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경영대 스튜던트 라운지에서 한국-브라질 학생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학점 낮아 자국 언어‧문학 수업으로 학점 보충하기도

“한국어 수업 대부분 이해가 잘 안되지만 그냥 넘어가요. 어쩔 수 없잖아요. 한국어를 못하니까 한국인 친구도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학점이 안 좋아요. 지난 학기엔 F가 한 개 떠서 이번 학기에 중문과 수업을 신청했어요. 학점 올려야죠….”

우리 대학에서 수학하고 있는 경영대 소속 중국 학생 P 씨의 하소연이다. 이 학생은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소지자로, 외국인 신입생 입학 자격에는 충족되지만 수업 이해, 일상생활 등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비단 P 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와 같은 어려움에 처한 외국 학생들이 우리 대학에 상당하다. 이들 중 일부는 한국인과 함께 또는 자국민끼리 스터디 모임을 꾸려 부진한 수업 이해를 보충하기도 하지만 자국민끼리 한국어 수업 스터디를 하는데는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한국어에 영어 이해‧구사력까지 미흡한 학생들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이들은 일상적인 의사소통에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인과의 교류가 거의 없으며 주로 자국 학생들과 어울려 지낸다고 했다.

외국인 학생 대부분은 조별 과제 등 한국 학생과 같이 해야 하는 부분에서도 소극적인 면모를 보였다. 한국 학생들이 외국인 학생을 명목상으로는 조 명단에 넣어놓고 실질적으로는 배제시켜 버리는 분위기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수업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한국 학생들 사이에서 위화감을 느끼는 것이 주 원인이고 외국인 학생에 한해서 절대평가로 학점을 매기는 것도 한 이유다. 이민하 씨(경영‧09)는 “팀 레포트를 같이 하는 경우에 외국인 학생들의 참여가 미흡하다. 한국어능력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절대평가 대상자라서 그런지 의욕이 별로 없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어 수업에서 학점을 낮게 받은 후 학점 평균을 올리기 위해 자국 언어나 문학과 관련된 수업을 듣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그들끼리는 그것을 하나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해 공공연하게 학점 복구 수단으로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유학 목적 역시 ‘한국어 학습’이었다. 양회석 교수(중어중문‧중국문학)는 “중국회화 수업을 듣는 중국학생도 있었다”며 “그것이 나쁘다고 볼 순 없지만 과연 그들이 정말 이 수업을 필요로 해서 들었는지는 의문이다”고 전했다.

이처럼 많은 외국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못 따라가고 있지만 수업을 하는 교수 입장에서는 많은 학생들 중에 그들만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같은 내용을 2번 이야기하게 되면 한국 학생 입장에서는 ‘시간 낭비’라고 느껴 불만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외국 학생들이 많이 듣는 수업의 교수는 수업 진도와 ‘낙오자 없는 교육’ 사이에서의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실 한국 학생들 중에도 외국 학생들의 수업 이해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는 이가 종종 있다. 하지만 실질적 도움보다는 인식에 그친다는 것이 문제다. 박은영 씨(윤리교육‧11)는 “교양 수업을 같이 듣는 한 외국인 학생은 수업 때 잘 보이지도 않고 들어와도 잘 이해를 못하는 듯 했어요. 저희도 어려운데 그 학생들은 오죽하겠어요. 그렇다고 수업 진도 빼기도 벅찬 터라 교수님께서 그들을 따로 챙길 수도 없고….”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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