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기자가 필리핀 현지에서 보고 느낀 현지 상황과 프로그램 체계에 대한 실효성을 짚어본다. 또 ‘2011년 프로그램 운영계획’에 대한 신경구 국제협력본부장의 인터뷰를 실었다. /엮은이
어학원 내 한국인 많고 대학 수업 수강 어려움 등은 해결과제
‘상당한 지원금, 짧은 연수 기간에 따른 적은 부담감, 해외 문화 체험, 자유로운 정규 외 활동, 그리고 당연한 영어 실력 향상까지.’
필리핀 희망해외연수에 대한 연수자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있는 ‘영어회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타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 게다가 본인이 원하면 추가 비용을 자비로 충당하고 ‘8주’인 수학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 등 구조적으로도 자유롭다.
그 중에서도 최대 장점은 단연 ‘1대 1’수업이다. 인텐시브(intensive), 컴프리헨시브(comprehensive), 스파르타(sparta) 코스는 하루 8시간 수업 중 4시간 씩 1대 1 수업에 할애하고 있었다. 가장 쉬운 코스인 인헨스먼트(enhancement) 코스는 하루 6시간 중 2시간이 1대 1 수업으로 진행된다(어학원 학생들은 코스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 강사 1명이 수십 명의 학생을 상대로 수업하는 한국 학원에 비해 매우 효과적이라는 의견이다. 1년에 800~900명 정도의 한국 학생이 다녀가는 라살레 대학 부설 어학원(University of St. La Salle Language center, LSLC) 부원장 이규봉 씨는 “실수를 두려워하는 한국인에게는 강사와 학생 단 둘이 한 방에서 수업하는 1대 1 수업이 적격이다”고 말했다. 이 점 때문인지 학교를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어학원 수업을 신청해 오는 이도 있고 어학원 중에는 여러 마이스터 고등학교와 MOU를 체결한 곳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 학생들의 특성과 현지 수업방식 등을 고려했을 때 단기 어학코스로는 매우 추천할 만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8주’라는 기간, 대학 부설 어학원의 특성 상의 이유로 본래 취지인 어학 능력 신장을 대폭 꾀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명목상으로는 대학 부설 어학원이나 실질적으로는 ‘한국 사립 학원’과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어학원 내에서 수학하고 있는 학생 대부분 또는 모두가 한국인이다. 물론 강사들은 거의 현지인이므로 수업 시간에는 영어를 사용한다. 문제는 수업 외의 시간들이다. 기자가 방문했던 한 대학 부설 어학원의 식당, 기숙사 등에서는 한국말밖에 들리지 않았다. 한국인밖에 없으니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외국 현지 대학에서 현지문화 체험·외국어 의사소통 능력 향상’이라는 희망해외연수프로그램의 취지에 비춰보면 가히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을 보완하기 위해 어학원도 자구책을 마련했다. ‘EOP(English Only Policy) Zone’이라는 제한구역을 정한 것이다. 이 구역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다가 EP(English Police)에게 적발될 시 경고장이 발부되고 그것이 누적될 시 에세이, 이력서, 자기소개서 작성 등이 과제로 부여된다. 세부 의대 부설 어학원(Cebu Doctor's University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CDU ESL) 실장 어재호 씨는 “학생들이 이곳에서 영어를 많이 사용하고 이를 통해 향상되길 바란다”며 “현재 한 층에 1~2명 있는 EP 수를 늘릴 예정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해당 어학원에서 수학하고 있는 유대용 씨(경제·06)는 "층별로 EP가 있지만 엄격하지 않아 봐주고 넘어 가는 편이다"고 말했다.
또 특정 코스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어학원 학생들이 대학 교양수업을 듣기란 불가능하다. 형식적으로는 가능하나 어학원 측 수업시간표와 대학 측 수업시간표가 안 맞아 들을 수 없는 처지이다. 게다가 대학 내 전공 또는 교양수업은 현지 학생들을 위한 수업이므로 보통 영어실력으로는 따라갈 수 없다는 게 학생들의 말이다.
학생들은 강사 수준이 천차만별인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었다. 박정민 씨(산업공학·04)는 “강사별 강의 수준이 달라 학생들의 수업 변경 신청이 많다”며 “수준이 좀 더 상향평준화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각각 CDU ESL, LSLC의 강사인 펭(Pheng)과 아나벨라(Ms.Anabella charlze) 모두 한국 학생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펭은 “한국 학생들은 부끄러움이 많은 것 같다”며 “자신감 있게 ‘I have a question’하는 학생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