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우리에게 ‘시작’이라는 설레임을 선사하는 계절이다. 여전히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찬바람에도 머리를 내밀기 시작한 새순들과 꽃망울들이, 그리고 가끔은 대지를 따스하게 데워주는 햇빛이, 겨우 내내 움츠렸던 가슴을 피고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계획해보라고 재촉하는 듯하다.

대학에서는 무엇보다도 설레임과 호기심으로 잔뜩 긴장해있을 새내기들의 아직은 서투른 옷차림에서 새로운 시작이 느껴진다. 매년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새내기들을 마주할 때마다 조심스러운 것은 그들의 시작을 조금 더 빛나게 하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새로움이 시작되는 대학에서 새내기들이 자신들의 꿈을 위해 맘껏 노력하고, 그리하여 힘겨운 현실에 짓눌리지 말고 높이 비상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새내기들의 대학생활은 고등학교 때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강의와 동아리 활동들, 그리고 선배들과 첫 대면을 하는 모꼬지와 함께 시작된다. 특히 학년 초에 학과 단위로 행해지는 새내기를 위한 모꼬지는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된 신입생들을 환영하고, 선배와 얼굴을 익히며, 대학생활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로 새내기들에게는 아주 의미 있는 행사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꼬지가 매년 다양한 사고들로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고는 술과 폭력에 의해 일어난다. 얼마 전 부산에서는 기강을 잡겠다며 얼차려를 주는 과정에서 선배가 신입생을 폭행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모꼬지 철이 되면 가끔 접하게 되는 술에 취해 발생하는 사망사고, 그리고 얼차려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다양한 폭력 등은 우리사회의 대학 문화에 대해 심각하게 반성할 것을 요구한다.

폭음을 강요하는 음주문화도 문제지만,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군대식 조직문화인 얼차려가 가장 민주적이고 자유로워야 할 대학문화에 여전히 남아있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명령하고 복종해야 한다는 선후배 사이의 권위적 위계질서나, 기강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폭력은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진리를 추구하는 대학사회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일이다. 선배들의 권위는 단순히 1년이나 2년을 먼저 대학에 들어왔다는 물리적 시간에 의해서가 아니라, 먼저 시작된 대학생활에서 그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자유와 진리에 대한 열정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이다.

얼마 전 전대신문의 “퍼왔습니다!”난에는 모꼬지에 대한 새내기들의 부정적인 의견들이 여러 건 올라와 있었다. 물론 모든 새내기들이 모꼬지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모꼬지가 새내기들에게 단지 설레이고 기대되는 행사로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신입생들을 환영하는 대학의 모꼬지는 무엇보다도 함께 미래를 계획하고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싶다. 특히 선배나 후배로서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서로 기댈 수 있어서 힘겨운 짐을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는 동시대인으로서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 할 수 있는 그런 자리였으면 싶다. 새내기들을 위해 이 봄이 더욱 더 빛날 수 있는 그런 멋진 모꼬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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