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강의실이 진리관 6층에 위치해 매번 오르락내리락 하느라 곤욕이다. 어쩌다 엘리베이터를 타도 마찬가지이다. 쉬는 시간만 되면 엘리베이터든 계단이든 붐비는 사람들 사이에서 치이다 강의실에 도착해서는 녹초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하루는 진리관 2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독특한 경험을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한 무리 중에 서 있다가 6층에서부터 내려와 2층에서 멈춘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런데 무리 중의 한 남학생이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입니다. 1층 들렀다 온 후에 타야 합니다”고 외쳤다. 하지만 필자를 포함해 이미 엘리베이터에 들어서 있던 여러 사람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때 두 여학생이 대화하는 것을 들었다. “내려갔다 오면 꽉 차서 타지도 못하는데 왜 기다리나. 지금 타지 않으면 본인만 손해지”라고 그 남학생을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부끄러웠다. 남학생 말이 맞다. 따지고 보면 6층에서 내려와 2층에서 멈춘 엘리베이터의 열린 문은 내리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그때 2층에서 열린 문이 타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진리관의 구조를 거론하며 “2층에서 탈 수도 있지”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무런 거리낌 없이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한 무리와 원칙을 외치던 남학생을 비난한 두 여학생의 행동은 구조를 탓하기엔 너무 염치가 없었다.

우리는 우리라는 테두리 내에서 ‘우리’ 혹은 ‘구조’를 명분으로 몰염치 한 행동을 너무도 쉽게 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앞의 남학생처럼 ‘옳은 말’하는 사람을 거리낌 없이 깎아 내리는 한 무리의 행태를 보며 이것이 폭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이 사회에서 바른 말하다 스러진 사람이 어디 한 둘이던가?

엘리베이터에서 겪은 소소한 일 갖고 너무 많은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진리관 엘리베이터 더 안 생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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