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캠의 일부 학과에서 신입생들에게 총 40만원의 과다한 학생회비 청구 소식과 이에 관한 학내의 논쟁은 우리 대학도 근래의 충남대 사건과 유사한 구조와 징후가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각 모집단위의 학생회는 입학 새내기들에게 4년 치 학생회비를 일괄 징수하고 있다. 갓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왜 4년 치 회비를 한꺼번에 내야 되는지 설득하는 정당성 테제도 이제 심각하게 논쟁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지만, 현 상태는 추가비와 불참비 등 또 다른 회비청구가 더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유럽과 미국의 대학과는 달리 우리나라 대학과 대학생들은 국가발전의 역사에서 대단히 핵심적인 역할과 위상을 겪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20세기의 독립운동, 전쟁, 4.19, 5.18 그리고 민주화운동 등 역사의 분기점에서 대학생들은 주도적인 사회참여를 통해 한국사회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다. 당연히 캠퍼스 안에서의 집단적 학생운동의 정치경제가 역동적으로 자리잡아갔으며, 지금도 각 단과대학에 학생자치시설의 유지는 서구의 어떤 유명대학도 흉내 낼 수 없는 학생귀족의 산 증거이다.

이 와중에 공식적인 입학절차처럼 학생회비 징수가 따랐으며 응당 신입생들도 당연히 지불해야 되는 것으로 인식될 정도로 성숙한 학생문화가 된 것이다. 21세기는 국제화와 네트워크 시대이다. 대학도 과거처럼 국내적 딜레마와 강압에 저항하는 입장에서 외부환경에 적응하는 글로벌 행위자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당연히 학생들의 자치활동과 현실참여에 대한 시각도 발전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우선 학생회 활동의 범주와 내용에 대한 이성적인 평가를 해보아야 한다. 학생회의 유지는 대학의 사회참여라는 정신적 유산의 의미에서 그리고 향후 또 닥칠지 모를 반시민적 정치행동에 대한 안티테제로써 일종의 공공선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의 유지를 위해 꼭 신입생들에게 과중한 경제부담을 안겨주어야 되는지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 따라야 된다.

그리고 왜 비용이 요구되는 제반 사업을 지속해야 되는지에 깊이 고민하고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 보길 제안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방향은 학생활동에 관한 제반 논의를 학과나 단과대학의 발전계획과 인식공유를 하면서 공동노력과 상생의 법칙을 따라 진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생자치는 졸업후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 실습하는 공동체 삶의 준비과정으로 본다면 당연히 모든 비용집행에 대한 철저한 공개와 감사를 제도화시켜 놓아야 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공동체 운영에 관한 진정한 리더십을 창출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일류대학은 돈을 깨끗이 쓰는 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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