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이면 캠퍼스에 생기가 돈다. 신입생들의 학내 갈고 다니기에서 들리는 구호 소리를 비롯하여 강의실 찾아다니는 소리, 오랜 동안 만나지 못했던 학우를 다시 만나 지르는 반가운 소리들이 겨우내 움츠려 들었던 캠퍼스를 녹인다.

이렇듯 학교를 생기있게 하는 소리가 있는 반면, 학교 생활을 짜증나게 하는 소리가 있다. 학내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경적소리, 배달 오토바이들의 배기소리, 강의중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 등 학교다워야 하는 학교를 여느 상가처럼 만들어 버리는 소리들이 있다.

소음(Noise)이란 학문적으로 원하지 않는 소리(unwanted sound), 바람직하지 않는 소리(undesirable sound), 불쾌한 소리(disagreeable sound)로 정의된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특정 소리를 소음이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떠한 소리라도 소음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소리일지라도 듣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다면 소음이 된다. 소음이란 지극히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면이 있다. 내가 내는 소리는 음악이 되지만 똑같은 소리를 남이 낸다면 이는 소음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콘서트 홀에서 연주되는 음악을 들을 때, 청중은 누구도 그 음악을 소음이라 하지 않을 것이다. 설령 있더라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될 것이 뻔하다. 아니 그러한 사람은 애초에 콘서트 홀에 갈 필요가 없는 사람일 것이다. 똑같은 음악을 집에 있는 멋진 가전기기로 감상한다면 어떨까? 물론 감동은 덜할 수 있겠으나 감상하는 사람은 그 소리가 아름다운 선율로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이 때, 옆 집에서 공부하는 수험생이나 TV를 시청하는 가족이 듣게 되면 어떨까? 그 순간 들리는 음악 소리는 더 이상 음악이 아니라 소음이 되는 것이다. 분명 한 사람에게는 음악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소음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뉴스 매체를 통해 소음으로 인해 이웃끼리 분쟁이 일어나고, 위아래층 사이에 소송까지 가는 경우를 종종 보아온다. 작게는 화해에서 큰 금액이 오가는 보상으로까지 이어지는 현실이다.

이 때, 캠퍼스에서 발생하는 다양하고,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소리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 경적소리, 오토바이소리, 전화벨소리, 통화소리, 문여닫는소리, 옆사람이어폰소리 등등... 이 소리들은 대부분 나 외의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되는 것들이다. 대학 구성원들이 보다 공공의 관점에서, 다른 학우들을 배려하고 쾌적한 캠퍼스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생기있고 재미있는 소리로만 가득찬 캠퍼스가 될 것이다.

자동차의 속도를 조금 줄여 다른 사람의 통행을 배려한다면, 급격하게 발생하는 사고의 위험이 적어져 경적소리가 적어질 것이다. 배달 오토바이들이 소비자인 대학 구성원들을 조금이라도 배려한다면, 이들을 괴롭히는 배기소리를 그렇게 크게 하지 않을 것이다. 도서관에서 삐걱거리는 문을 여닫을 때 배려하는 습관, 이어폰 소리가 너무 커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지 확인하는 모습. 비록 사소한 일이지만 나 외의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과 학교 당국의 관심어린 노력이 어우러진다면 좋은 학교, 좋은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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