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인 의식해 비싼 선물 하게 돼…기념일 너무 많아 부담

‘2월 14일. 원정 병사의 결혼을 금지한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에 반대한 사제 발렌타인이 처형된 날로, 처음에는 어버이와 자녀가 사랑의 교훈과 감사를 적은 카드를 교환하던 풍습이 20세기에는 남녀가 사랑을 고백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 되었다.’ 발렌타인데이, 그 날이 왔다. “대중들의 군중심리를 이용한 상술일 뿐이다”,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등 그 의미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 발렌타인데이. 우리 대학 학생들은 그 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학생들의 의식 조사를 위해 전대신문이 좌담을 열었다. 좌담은 지난 9일 신문방송사 편집제작국 회의실에서 열렸다.

참여자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 조대식(교육·10)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 이민하(경영·09)
여자친구가 없는 남자 여동윤(기계시스템공학·07)
남자친구가 없는 여자 김민지(경영·09)
사회자: 소중한 편집국장

 

▲ 조대식
▲ 이민하
▲ 여동윤
▲ 김민지
▲소중한 편집국장



 

 

 

 

▲‘선물’보다 ‘마음’ 전달하는 날
사회자: 발렌타인데이가 곧 다가오는데 어떤 느낌인가? 이성친구가 있는 분들은 아무래도 기대와 부담이 더 큰가?
조대식(이하 조): 지금 여자친구와 100일이 좀 넘었는데 서로 아르바이트 하느라 바빠서 자주 만나지 못한다. 그래서 발렌타인데이 때나마 잠깐 만날 계획인데 원래는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이지만 여자친구에게 초코머핀을 만들어 주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레시피도 미리 알아뒀다. 여자친구가 기뻐할 모습을 생각하니 설렌다.
이민하(이하 이): 매 달마다 있는 ‘~데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남자친구도 그런 성격이라서 크게 부담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회자: 이성친구가 없는 분들에게 ‘2월 14일’은 그냥 월요일인가?
김민지(이하 김): 특별한 느낌은 없다. ‘~데이’를 인식하고 있지 않았지만 편의점, 제과점 등을 지나치다 진열된 상품들을 보고 그때서야 알게 됐다.
여동윤(이하 여): 여자친구가 없었던 세월이 벌써 5년이다. 이제는 그런 것에 별 감흥없다. 오히려 거리에 연인들이 북적이는 날은 밖에 안 나가게 된다.
사회자: 발렌타인데이에 얽힌 추억이 있다면?
여: 22살이었던 해, 2월 14일. 의경 신분이었던 내 앞으로 택배가 하나 왔다.풀어 보니 초콜릿이 한 가득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이경’ 시절이어서 무척 힘이 됐지만 고참들에게 많이 뺏겼다. 막내라서 다 뺏길까봐 주머니에 몰래 숨겨놨는데 녹아서 옷에 다 묻은 기억이 있다. 선물은 예전에 나를 흠모했던 어떤 여인이 보낸 것이었다.

▲‘눈치 보기’, ‘과시욕’ 위한 선물공세도 실제로 많아
사회자: ‘사랑하는 연인끼리 선물을 통해 마음을 주고 받는다’, 의미는 좋지만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다. 결국 ‘주고 싶어서 준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다 주고받으니까 따라 하는 것’이 아닌가.
이: 남자친구한테 주는 건 아깝지 않다. 이런 것을 통해서 마음을 작게나마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들이 큰 선물을 주고받는 것을 보면 부담감을 느끼기도 한다.
여: 어릴 때는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3개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매 달마다 ‘~데이’가 있다고 한다. ‘내 친구는 이번에 뭐 받았더라’하는 소리를 들으면 부담이 안 될 수가 없을 것 같다. 친구 중에는 ‘~데이’를 맞이해 헤어진 이도 있다. 물론 꼭 그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헤어지려고 하는 시기에 ‘이때다!’ 하고 헤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사회자: ‘~데이’에 100일, 200일, 생일까지 기념일이 너무 많다. 이렇게 많은 기념일을 챙기다 보면 마음을 전달하기보다 형식적인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겠나.
조: 맞다. 아는 친구 중에는 촛불 이벤트로 해서 10만 원 이상 소비한 이도 있었다. 너무 사치스럽다고 생각한다.
여: 무엇인가를 꼭 주고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깼으면 한다. 마음을 고백하는 날이니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있는 이들은 용기낼 수 있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김: ‘상업적이다’라는 말이 많지만 아무리 상업적으로 이용되기 쉽다고 해도 본인이 휩쓸리지 않으면 된다. 굳이 다른 사람 쫓아가려다 본연의 의미를 잃지 말고 마음만 적당히 표현하는 것이 좋다.


▲작은 선물에 마음을 가득 채워
사회자: 각 집단을 대표해서 좌담에 참여한 만큼 ‘발렌타인데이가 어떤 날이었으면 하는가’에 대해 한 말씀씩 해달라.
조: 물질적인 것에 너무 치우치지 말고 마음을 주고받는 날이 되길.
김: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준다기보다 그 날은 조금 특별한 데이트를 하는 날 정도로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이: 일 년에 한 번뿐인 특별한 날이기도 하지만,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날은 많으니 처지나 상황에 맞게 작은 선물을 준비해 데이트하면서 의미를 다졌으면 좋겠다. 또 연인뿐만 아니라 평소 친하고 고마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날이길. 초등학생처럼 의미없이 물질적인 것만 교환하지는 말자.
여: 이성친구가 없는 사람들만 스트레스가 큰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있는 사람들이 더 심한 것 같다. 없는 것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웃음). 없는 게 편하지만 그래도 빨리 좋은 사람 찾아서 연애하고 싶다.

발렌타인데이의 의미에 대한 약간의 의견 차이는 있었으나 그 날이 평소 소홀했던 여러 관계의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날이라는 데는 의견이 모아졌다. 상황과 조건은 다르지만 더 행복한 발렌타인데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 형식적이고 상업적인 것으로 치장하는 날이 아닌 모든 이가 즐겁고 행복한 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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