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자유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 중 ‘허위 사실의 유포’ 그 자체를 처벌하는 국가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물론 소위 선진국이라는 국가들은 말할 것도 없다.

선진국 중 이례적으로 허위사실유포죄가 있던 캐나다는 1992년 연방대법원이 "허위보도를 형사처벌하는 자유민주주의국가는 어디에도 없다"며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해 위헌판정을 했다. 그 뒤 2000년 짐바브웨 대법원이, 비슷한 시기 카리브해의 소국인 앤티가 바부다의 최고법원이 허위사실유포죄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2011년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에서 허위사실유포죄의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에 대해 ‘공익’의 불명확성을 근거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짚고 넘어갈 것은 허위사실 유포 처벌을 반대한다는 것이 허위사실 유포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 이런 행위는 혼란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특히 이번 연평도 포격에서 예비군 소집명령 등의 악의적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은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공익에 저해된다’는 모호한 이유로 국가가 칼을 빼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사회다. 이 말은 국가의 무오류성을 믿는 전체주의 사회와 달리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익’이라는 상대적인 잣대로 검열에 들어간다면 자연히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무엇이 제재의 대상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다분하며 특히 정권에 대한 비판은 공익을 해하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이런 가능성만으로도 국가의 격을 한없이 떨어뜨리는 것이 될 것이다. 격조 높은 민주주의 국가는 직접 나서서 일일이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된다. 시민 사회의 자정 기능, 사상의 경쟁 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

참고로 이것은 2002년 6월 27일 헌법재판소에서 선고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등에 관한 위헌 판결문에서 언급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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