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을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매년 이맘때면, 우리는 아주 오래된 습관처럼 한해를 반성하고 다가올 새해를 기대한다. 오직 인간이기 때문에게 가능한 이 작업은 우리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연말 행사이다. 무엇을 진정으로 반성하고, 또 무엇을 기대할까? 한 해 마무리 작업에 즈음하여 한번쯤 ‘대학인’이라는 우리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가 접하는 일상의 많은 것들은 대학이 추구하는 본질적 가치와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우리는 반성의 시간에 ‘성과’에만 집착한다. 계량적 평가로 자신과 조직의 업적을 재고 그 부족함을 탓한다. 예를 들어, 오직 스펙 쌓기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많은 학생들은 더 높은 학점, 더 많은 자격증, 더 높은 어학점수를 따는데 필요한 기법 외에는 관심이 없다. 교수들의 관심은 더 많은 연구 업적을 쌓는데 모아진다. 대학은 순위경쟁의 마법에 걸린 듯 바깥 사회가 숭상하는 서열의 잣대에 길들어져만 간다. 그러나 한번만 더 깊이 생각하면, 계량적 반성의 결과가 어제 ·오늘· 내일의 우리 삶에 총체적인 질적 차이를 가져왔다고 단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습관처럼 하는 반성과 기대의 결과는 내년의 삶 또한 성과의 득실만을 따지는 지극히 기계적인 존재로 우리를 인도할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한번쯤 관성화된 반성을 달리할 수는 없을까? 그러면, 한 해 마무리의 가치도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그 결과는 개인 삶의 목적, 대학의 존재 이유, 사회적 존재로서 대학 조직의 역능에 대한 성찰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성과 업적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시장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런 접근의 현실 적합성에 회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의 존립이유와 대학인의 자세를 곰곰이 성찰하면 그 해법이 감지될 수 있다. 그 해법의 첫 번째는 마치 주술에 걸린 듯 업적에 기계적으로 집착하는 우리의 존재를 비판적으로 보는 데 있다.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 걸까 하고 우리 일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그 비판의 결과를 주변과 공유하며 대안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담대한 용기와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이것이 올 해를 반성하는 시점에서 한번쯤 성찰해 볼 마무리 변증법의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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