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경선구도로 치러지는 총학생회장 선거에 한층 기대했는데 결과는 역시였다. 지난 23일 치러진 총학생회, 총여학생회 및 각 단대 학생회 대표를 뽑는 선거의 투표율이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서 하루를 연장하여 겨우 50%를 넘는 예년의 상황이 재현되었다. 또한 총학선거의 경우 중앙선관위의 부위원장이 사퇴를 선언하는 등 난항을 거듭하며 개표조차 제때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소위 운동권과 비운동권간의 대결양상 때문인 것으로 비춰져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크다.

이번 총학선거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학생들의 무관심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에서 투표는 유권자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정책이 우리 삶을 지배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무한 경쟁에 내몰린 우리 학생들에게 그 모든 책임을 지울 수 만은 없다. 현 학생회뿐만 아니라 출만 후보들은 지금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 선수들만을 위한 판이라면 관중은 끼고 싶지 않다.

이번 선거의 또 다른 문제점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진행과정이다. 선거기간 중 출마 후보간의 흑색선전이나 비방도 문제지만, 이를 감시하고 관리해야할 선거관리위원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면 이 또한 큰 문제이다. 특히 개표과정에서 보여준 파행은 대단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그동안 기성정치집단의 구태를 비판해 온 대학내에서조차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사회에서 우리를 어떻게 볼 지는 뻔한 일이다. 선거의 핵심은 공정성과 투명성의 확보이다. 그래야만 선거결과에 우리 모두가 승복할 수 있으며, 진정한 학생대표기관으로서의 학생회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준 높은 선수들의 경기는 비용이 들더라도 관람하고 싶지만, 질 낮은 동네 축구에는 그다지 가고 싶지 않는 것이 세상사다. 하물며 엉터리 심판이 경기를 망치면 더욱 외면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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