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있는 드라마를 본 것 같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1학년도 총학생회장 선거 개표 직전에 긴급회의를 통해 개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중선관위는 “이번 선거가 흑색선전 등 유세 과정에 있어 기성 정치권과 다름없는 행태를 보였고 전반적으로 선관위의 시행세칙이 지켜지지 않아 위상이 실추됐기에 전학대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많은 의문점이 든다.

중선관위는 개표중단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입장발표를 하지 않았다. 묻고 또 물었지만 피상적 응답일뿐더러 “인터뷰 하지 않을게요, 내일 공식 입장 표명하겠습니다”라는 공허한 답변만이 돌아왔다. 이는 우리 대학 학생들이 온갖 억측을 갖게 하는 상황을 초래했으며 일각에서는 정치권을 답습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선관위는 대학 총학선거에서만큼은 기성정치의 구태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본인들의 행태는 왜 정략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또 왜 총학 개표 직전에서야 자리에 없던 부위원장이 나타나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인지, 상황실에 봉인한 투표함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것인지, 선관위 내부에서의 파벌싸움이나 기득권을 유지하려하는 목적으로 개표 중지를 했다는 소문이 나도는 것 등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이 벌어진 개표 현장의 상황에 너무 안타까웠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개표가 진행되지 않아 투표를 행사한 학생들의 권리는 어느 누가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는 문제다.

선관위의 주장처럼 선거전반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에 대해 공개하고 활발히 논의하는 것은 맞다. 즉, 합의점을 찾는 것은 필요하나 굳이 전학대회에 넘겨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 논란은 선거 제반 업무를 총괄하는 중선관위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선관위는 본인들이 자부하는 최고기관으로서 명성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다. 결자해지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