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서 부각된 이른바 ‘한글공정’은 지난 한글날에 한국어정보학회가 주최한 학술모임에서 중국 조선어신식학회 회장이 “중국의 학자와 통신업자들이 조선어 자판 표준을 만들고 있다.”고 발표한 사실을 “중국이 한글공정에 나섰다.”고 전자신문이 보도하면서 촉발된 사건이다. 이는 또 다른 ‘중국의 우리 역사 문화침탈을 위한 공정’으로 확대되어 “우리 한글을 지키자”라고 누리꾼들이 들고 일어났고 소설가 이외수씨가 자극적인 언사로 대응하며 한글공정에 대해 말하면서 대한민국 내에서 이 용어가 쓰이게 되었다. 그런데 이른바 한글공정은 동북공정에 빗대어 지은 이름으로 중국이 휴대전화나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 한글을 입력하는 방식을 자체 개발해 이를 국제 표준화하려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중화인민공화국에서는 동북공정 사건과는 달리 직접 이번 사건에 대하여 "한글공정" 또는 이와 비슷한 "공정"에 대하여 언급한 적은 없었다. 다만 자국내 소수민족인 조선족이 사용하는 한글자판 표준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던 것이었고 오히려 한국측에서 통일된 자판을 제공하지 않아 이 문제는 촉발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자라에게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이는 결코 웃어 넘길 상황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즉,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 발해 등 우리 역사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한글처럼 문화적 요소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할 수도 있기에 우리에게 주는 파장이 단순하지만은 아닌 것이다.

▲ 중국이 자국내 조선족을 위한 모바일 기기의 한글 입력 방식을 자체 개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글 공정' 논란이 일고있다.

익히 알려졌듯이 동북공정이란 2002년 2월부터 2007년 1월까지 5년의 기간동안 추진된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中國邊疆史地硏究中心)'의 중대과제로서 중국 동북 지역의 역사와 현황에 관한 대형 학술 과제인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의 줄임말이다. 이는 동북 변강의 역사와 그에 따라 파생되는 현상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그 연구범위가 고구려 및 고조선, 부여, 발해, 그리고 현재의 한국에 대한 연구를 통해 중국의 동북지역(요녕성,길림성,흑룡강성)이 역사 문화적으로 중국의 영역이었음을 확인하려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역이 고조선, 고구려,발해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우리 역사의 존립 근거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중국은 1992년 한중수교이후 한국인의 경제력과 강한 민족의식을 경험하고 1994년 북핵사태이후 초래된 북한경제난에 따른 대량 탈북난민사태와 향후 현실화될 남북통일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였다. 특히, 남북통일과정에서 제기될 연변조선족 자치주의 조선족의 향배와 국경분쟁 등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으로 남북과 조선족을 연결하는 역사적 구심체인 Korea의 상징성 즉, 고구려에서 비롯된 우리민족의 구심력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다. 동북공정의 주요 연구과제는 동북 지방사 연구, 동북 민족사 연구, 고조선 고구려 발해사 연구, 중-조(中-朝) 관계사 연구, 중-조국경지역 안정연구, 한반도 정세 변화 및 그에 따른 중국 동북변강 안정에 대한 영향 연구 등으로 한중관계를 고구려중심으로 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중국은 고구려를 중국사로 편입시켜야만 한국의 역사에서 고구려 전후의 관련역사도 모두 중국사로 연결지어 파악하려는 의도였다.

이 같은 중국 중앙정부차원의 고조선, 고구려, 발해사 등의 왜곡 및 역사강탈기도는 그러나 한국에서의 거센 고구려역사 수호의 역풍과 외교관계 악화를 초래하고 패권주의적 역사해석 및 영토야욕을 전세계에 보여준 사건으로 비화되자 일단 수면으로 그들의 의도를 잠복시켰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이 같은 중국의 입장은 관련 지방정부에서 지역사업의 일환으로 변모시켜 이를 계승하여 본격적인 역사왜곡과 관련정치, 경제적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즉, 길림성은 2000년대 초반부터 ‘장백산문화연구회’라는 조직을 통해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바꾸어 이곳이 여진족의 발상지라고 하면서 이들의 선조로서 발해, 고구려, 고조선을 설정하여 우리 고대역사와 영토를 여진족의 역사와 영토로 바꾸어 우리민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왜곡하고 있다. 이는 앞서 동북공정연구가 구체성이 떨어지고 관련 주장이 억지임을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면 장백산문화론은 여진족 즉, 만주지역의 구체적 종족역사와 이를 연결시켜 과거 일본인이 주장하였던 만선사관적 인식틀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연구내용은 연변조선족의 경제권을 박탈하고 한족중심의 경제권을 새롭게 만드는 장백산개발프로젝트등과 연결되어 그 목적이 역사문제가 아닌 영토문제, 민족문제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장백산관광개발로 연결되어 2006년 아시안게임 성화채화식을 백두산에서 하면서 백두산이 아닌 장백산으로 대대적 호오를 진행하고 2008년 관련 시설(공항, 고속도로, 고속철도, 대규모 리조트 등)과 독립된 행정구역을 세워 연변조선족자치주의 관할권을 박탈해 현재 중국 10대 관광지중 최고의 관광지역으로 개발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 국제적인 위락단지로 장백산을 홍보하여 한민족의 백두산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구체적인 개별사업으로 장백산 인삼을 인삼의 원류로 삼아 우리민족의 백두산에서 시작된 고려인삼의 이미지를 없애려는 작업이 현실적으로 진행되어 인삼공정이라 불릴 또 다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요녕성은 ‘요하문명론’이란 새로운 문명개념을 제시하여 위리 민족의 선사문화를 중국문화로 왜곡하고 중국사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발생한 한글공정은 실상이 와전된 것이었지만 현재 중국에 의해 고구려사를 비롯한 고대역사뿐만 아니라 백두산 영유문제와 관련된 장백산문화론의 확산, 요하문명론에 의한 한국 선사문화의 왜곡 침탈의 내용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 역사문화문제 뿐만 아니라 백두산관광, 인삼, 장백산생수 등 다종 다양의 문제들로 진화 발전하여 우리민족의 미래역사와 문화를 위협하고 있다. 또한 이 문제는 결국 영토문제로 비화 발전할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유의된다. 최근 중국은 조어도문제로 일본과, 남사군도, 서사군도문제로 베트남등 동남아국가와 분쟁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이미 티벳과 그리고 몽골과 심각한 갈등을 경험하였다. 향후 우리와는 간도문제 등이 잠복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는 모두 역사문제를 기반으로 진행될 영토분쟁이란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따라서 이 문제는 대한민국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민족 전체 나아가 동아시아 전체와 연결되어 확산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관련 국가 특히, 북한과의 공조와 공동대응이 필요하며 몽골, 티벳, 중앙아시아 각국, 동남아 여러 나라들과 긴밀한 협조와 공동 대응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한다고 생각된다. 특히 북한과의 공조가 시급하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의 현실이 걱정된다. 이제 미래를 책임져야할 젊은 지성들의 지혜와 강한 의지 그리고 적극적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움직임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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