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겉으로 볼 때는 정말 고상하다. 속도 그러할까? 우리 대학 출신 최초 외무고시 합격자, 주중국청도총영사 등으로 외교발전에 헌신한 31년 경력의 베테랑, 김선흥 광주시국제자문대사(영어영문‧72)를 만나 외교관을 탐사했다.

- 외교관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시기가 언제인지, 계기가 있다면?
78년에 서강대에서 영문학을 하다가 흥미가 없어져, 1학기를 남겨놓고 군대를 가기위해 훈련소에 들어갔다. 그러나 건강문제로 귀향조치가 되어 앞으로의 진로나 삶의 방향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1년 동안 낭인생활을 하게 됨. 영문학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기에 진지하게 직업에 대해 하나씩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나 공무원, 회사원, 은행원 등 직업이 하고 싶은 것이 없었고, 교사는 해보고 싶었으나 교직과목 이수를 하지 않아 할 수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교직과목을 들으러 다닐 때 듣지 않으면서 불안해하기도 했었다. 외교관이라는 직업이 갑자기 떠올랐을 때 가지고 있는 지식은 적었지만 재밌을 것이라 느껴졌다. 한국을 벗어나 살 수 도 있을 것 같았고. 79년도에 시험 1차 준비를 했는데 운이 좋게 합격을 했다. 그 상황에서 방위 소집영장이 나와서 화순군청에서 방위 생활을 하면서 2차 시험 준비를 했다. 80년 초에 외무고시에 붙으면서 엉겁결에 외교관이 되었다. 유신체제가 끝나면서 민주공화국에서 외교관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방위생활하면서 열심히 공부했었다.

- 일반적으로 외교관이 되기 위한 절차와 본인이 외교관이 되기 위해 해온 일들이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외교관이 되기 위해 학창시절부터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은 아니지만 대학 다니는 당시에 외국어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기에 영어, 독어, 불어 공부를 많이 해놓아 외국어 3과목에서 고득점을 할 수 있었기에 많은 이점을 보았다. 외무고시 시험 강의 같은 것을 들어본 적이 없지만 운명인지 외국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은 것이 뒷받침이 되어 외교관 일을 하게 되었다.

외무고시를 합격 할 경우 외교관이 되는 것. 외무고시 제도를 할 경우 초급 외교관 생활로 바로 들어가는 것이고, 아카데미의 경우 1년 후 50명이 같은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비엔나 협약이라고 외교관의 직급을 정해놓은 국제 협약이 있다. 한국 본부에서 3등 서기관 생활로 출발한다. 대사관에 가도 3등, 2등 서기관. 그 다음 1등 서기관, 참사관, 더 큰 공사관은 공사참사관이 있고, 공사, 대사가 있다. 총영사관에는 부영사로 시작, 영사, 부총영사, 총영사가 있다. 대사관에도 영사 직함을 가진 사람이 있다. 영사는 자기 나라 재외 국민에 관한 업무를 겸해서 본다.

대사관에서도 우리 국민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1등 서기관 겸 영사 등의 직함으로 영사 직함을 받기도 한다. 대사는 특명정권대사라는 이름을 줄인 말. 우리나라를 그야말로 국가원수를 대변하여 해외에서 생활, 교섭하는 사람이다. 통신이 힘들었던 예전에는 정권을 휘두르는 권력의 자리이기도 했다. 대사의 임무는 나라를 대표하여 교섭하고 우호 증진, 통상 증진, 재외 국민 보호, 안전 보호, 육성, 한반도 안보문제 등의 일이 있다. 사명감이 굉장히 무거운 직업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외교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총영사관 대사관의 경우는 나눠진 것이 아니라 3년 주기로 배정을 받는 식. 다자 외교를 하는 경우에도 외교관들이 가서 활동 하게 된다. specialist, generalist로 구분을 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내가 군비축소에 전문적인 외교관이 되겠다고 하면 그 사람은 specialist로 구분하여 군비축소 분야에서 근무를 하게 된다. 다자외교를 전문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고, 주제별·지역별 specialist가 있다. 그리고 임무에 관계없이 외교관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generalist로 구분 된다. 전체적인 균형이 맞게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보인다.

- 외교관의 종류가 크게 어느 정도로 나뉘는지? 외교관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외무고시를 합격해서 선발이 되면 서울 본부에서 2-3년 초급 외교관 생활을 하게 된다. 외무고시를 보고 들어가도 처음 들어갔을 때는 제일 낮은 직급으로 들어가는 셈. 자신이 제일 부하로 들어가니 부하직원도 없고 작은일 부터 스스로 해 나아가야 한다. 사무, 행정업무 등도 보고 외교적 일도 조금씩 해 보고 하는 식. 그 후 해외연수라는 상을 받는다.

영어 공부를 하겠다면 미국이나 영국에 2년 정도 우수한 대학에 정부에서 지원을 받아 갈 수 있다. 세계 젊은이들과 어울리고 언어도 습득하고, 외교관 자질을 함양하는 시간. 학점을 꼭 좋게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하며 취미생활, 여행도 다닐 수 있다. 외교관 생활 중에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영어 이외의 언어를 선택할 경우 영어 1년 ,선택 언어 2년 총 3년을 외국에 나가 있을 수 있다. 3년 주기로 생활을 하게 된다. 한국에서 3년 동안 생활을 하면, 해외 공관에 나가 3년을 있게 된다. 대사관에 갈 수도, 총영사관에 갈 수도 있다.

- 외교관이 되기 위한 중요한 자질 몇 가지를 꼽는다면? 즉, 어떤 사람에게 외교관이라는 직업이 적합할지?
우선 공통적 자질은 꼭 필요하다. 신의성실, 정직성. 외교관에게도 제일 중요한 항목이다. 그 다음 상식에 충실하다면 훌륭한 외교관이 될 수 있다. 외국어 능력은 필수적인 항목. 외국어에 흥미가 있다면 외교관이 되는데 좋은 발판이 될 것. 외교관은 학문, 전쟁을 하는 직업이 아니고 협력을 통해 이익을 도모하는 직업이다. 따라서 고지식해서는 안 된다.

열려있는 마음으로 여러 나라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진정한 대화, 교섭, 우정을 만들어 가야 한다. 조금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들도 마음을 열고 매력을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언어, 문화 등에 강한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 좋을 것. 외교관은 권력욕이나 재물욕을 충족시킬 수 없다. 그 대신 자신의 삶을 확대시키고 명예로운 삶을 살고 싶다면 좋은 직업. 외교관을 발판으로 시인, 소설가가 될 수도 있고 반기문 사무총장처럼 외국 무대에서 꿈을 펼칠 수도 있다.

- 본인이 느끼기에 외교관이라는 직업의 장, 단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넓은 세상을 무대로 하여 직업 활동을 한다는 것, 명예스러운 직업이라는 것이 장점. 한국외교관으로 좋은 점은 한국이 국제적 측면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면서 주역으로 활동 할 수 있고, 타국에서 그렇게 바라보아 주는 것이 장점. 돈과 권력이 따르지 않고 국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은 단점이다. 정신적으로 유목민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외교관의 숙명적 생활이기도 하다. 자식들이 대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떨어져 살게 되는 것도 아쉬웠다.

- 자신이 꿈꾸었던 외교관이라는 직업과 같은 점, 다른 점이 있었다면?
외교관 생활이 상당히 괴롭고, 무사안일 이라는 것이 없는 직업이다. 임무, 숙제, 사명이 꾸준히 바뀐다. 최근에는 외교관의 일이 더욱 넓어졌다. 우리나라의 일이 국제적으로 연결되는 일이 많아졌고, 해외를 방문하는 한국인이 많이 늘어나서 그것에서 파생되는 영사 서비스들도 많아졌다.

- 외교관의 꿈을 가지고 있었을 때 제일 힘들었던 점, 외교관을 할 시에 지금 제일 힘들었던 점?
내 마음이 흔들릴 때 그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 있었다. 밖에선 보이지 않아도 내가 뒤처지지 않기 위해 경쟁하는 사회이다. 인맥도 없었기에 외톨이 같은 느낌도 받았었다. 외교부에 들어가서 내면적 고통을 많이 느꼈었다. 그러나 결국 마음을 다잡고 활동 했기에 지금처럼 외교관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 2012년까지 외무고시를 운영하고 이후에 외교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제도가 시대의 흐름에 맞고 실효성이 있다고 보나?
제도 자체가 발전적이냐 아니냐 하는 것보다도, 그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아카데미 입학생을 뽑을 때 가정적 상황, 졸업한 고등학교 대학교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기회균등의 입장에서 입학생을 뽑는다면 그 것이 발전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권층에 유리하게 운영이 된다면 우리가 원하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외교 아카데미를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이유가 그런 점에 있다.

외무고시건 아카데미건 간에 그 관문을 뚫어야 하는 것은 같다. 30명의 외무고시생을 뽑았던 것이 100명을 아카데미에서 뽑는 것은 수만 다르지 경쟁이 이루어지는 것은 똑같다. 시험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카데미 입학할 때 시험 보는 과목들도 전문화가 되었지만 외무고시와 같은 것이라고 본다. 외교 아카데미를 한다면 수도권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몰리지 않도록 조절하는 방안도 모색해 봐야 할 것이라 본다.

- 외교관 직을 하시면서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였나?
외교관 생활을 하다 보면 세계적인 뉴스에 나오는 주역들을 접할 기회가 많다. 피상적 접근부터 대화를 나누는 일이 생기는 등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외교관은 낮은 직급에서도 자신의 방을 배정 받는다는 점도 좋은 점. 우리나라를 대표하여 이야기할 수 있고 교섭할 수 있는 것에서도 뿌듯함을 느낀다. 가장 뿌듯한 점은 내가 한국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

- 앞으로 외교관이라는 직업의 전망은 어떻게 바라보나?
우리나라는 대외관계가 계속 중요해 질 수 밖에 없고, 외교관은 계속 중요해질 것. 뽑는 인원도 늘어날 것이라고 보인다.

- 외교관의 일반적인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하는 일이 매우 다양하다. 처음 외국으로 나가게 되면 한국 신문을 펴보게 될 것. 다음으로 자기 수첩 등으로 일정을 확인하고, 그 후 일상은 각 대사관, 영사관에 따라 다르고, 대표 분야에 따라 다르고. 다른 직업과 다르게 오, 만찬이 많다. 대화를 하는 직업이기에 그 만남이 모두 일인 셈. 밥을 먹으며 대화도 나누고 일도 볼 수 있는 것이기에.

서울본부나 큰 대사관에 있을 때는 매우 바쁘다. 유럽에 나갈 경우 퇴근시간이 정확히 지켜진다. 부활절이 올 경우 10일정도 쉬는 날이 생기기도 하고, 그 나라 휴일에 쉬게 되고. 불필요한 일로 야근을 하는 등의 일이 없다.

- 외교관으로 외국생활을 많이 하셨으니 국제화시대에 대비하여 우리 대학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학뿐만 아니라 광주 자체가 국제통이 많아 져야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근무를 하거나 생활 했던 사람들, 외국 대학에서 가르쳤던 사람들에게 활동 공간을 마련해 주고 중요한 업무를 제공하는 등의 일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외국어 공부를 하는 시간이 많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어 열풍.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등을 배우며 문화행사를 펼쳐 문화를 공유하는 행사들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학생들에게 관심을 유도해줘야 한다. 입으로는 모두 국제화라고 하지만 실천이 뒷받침 되지 않는 것이 제일 문제.

광주는 바다와 매우 가까운 도시인데 보수적, 내륙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 사회에 진출하는 것도 공무원 등으로 획일화 되어 있는 상황. 개성, 다양한 자질을 개발 시키고 인재를 육성하여 국제사회와 연결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현재 와있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그 나라의 문화를 한국학생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도 좋지 않나.

- 외교관이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해줄 가장 중요한 조언이 있다면?
첫째, 외교관은 수재가 되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지능을 가지고 있어도 일정 기간 동안 집념을 가지고 공부한다면 누구나 될 수 있다. 우선 외교관을 내가 한다고 될지 위축되어 있는 생각을 버린다면 반은 합격한 셈. 특별히 운이 없지 않는 한 안 될 이유가 없다.

둘째, 외교관 공부는 외국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다. 재수가 없어 떨어진다고 해도 마음 편하게 열중할 수 있는 직업. 어떤 진로를 선택할 지라도 국제무대와 접목시키려 시도한다면 재미도 있고, 효과도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국제사회와 연결하지 못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외국어는 완성이라는 것이 없다. 아무리해도 성이 안차는 것이 사실. 평생과업이라 생각하며 공부하는 것이 답이라 보인다. 나중에 본다면 자신의 삶이 풍요로워지는데 큰 역할을 할 것.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