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협회장으로 세계소동물수의사회 유치…한국 수의학 도약계기 마련

 

 

부드럽고 예쁜 목소리를 가진 한 남자가 있다. 목소리만큼이나 부드러운 리더십까지 갖췄다. 또 자신의 목소리 장애를 극복하고 출판, 언론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까지 하고 있다. 요즘 그의 삶은 눈코 뜰 새 없다. 그는 온화한 리더십으로 국가 신성장 동력산업의 일환인 ‘2011년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 세계대회’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우리나라 유치에 성공했다. 이런 대외 활동뿐만 아니라 동물병원 원장으로서의 책무까지 겸한다. 그에겐 동물이 가족과도 같다. 생명의 존귀함을 진정으로 아는 남자. 강종일 동문(수의학 85)이다.

 

적성을 발견하다

강 동문은 58년 송정동에서 태어났다. 송정초등학교, 정광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78년도에 군에 입대한다. 그는 81년 제대 후 타 대학에서 잠시 경영학을 전공하다가 한 친구의 권유로 85년 수의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동물을 워낙 좋아하고 부드럽고 섬세한 성격인 터라 수의학은 적성에 딱 맞았다”고 말한다. 그는 목소리 때문에 희로애락을 많이 겪으며 살아왔다. 선천적으로 보통 남자와 달리 성대 발성부분이 약간 열려 있는 기형적인 상태라서 목소리가 여자 음성처럼 나왔다. 사춘기 시절엔 목소리 때문에 좌절도 많이 했다. “목청을 트면 목소리가 변한다하여 소리를 너무 지른 탓에 목에서 피가 나오고 목이 너무 부어 발성장애를 겪은 적도 수 차례나 있었지요.” 이에 그는 말을 잘하지 않는 소극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그러나 강 동문은 군 복무 중 목소리 때문에 가는 곳마다 노래를 시켜 불렀는데 우연히 국군 장병 공연단인 ‘문화선전대’ 일원으로 뽑혀 활동을 하면서 대중 앞에 서는 공포증이 점차 사라졌다. 이 시절 무대 경험은 수의사로서의 적극적인 면모를 갖추는데 도움이 됐다. 또한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목소리를 장점으로 살려나갔다. 상대방에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대표적인 특성으로 지금은 강 동문의 여성스런 목소리가 ‘트레이드 마크’다.

 

뚜렷한 목표의식으로 한 발 먼저

그는 학부 시절부터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생활했다. 또래보다 나이가 들어 대학을 다시 다닌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어떤 수의사가 될 것인가”에 대한 자기 고민을 늘 했다. 이러한 고민들은 모범적인 대학 생활을 만들었다. 3학년 여름방학부터 서울에서 가장 명망이 높은 병원들을 직접 방문하여 개원에 필요한 것들을 철저하게 준비했다. 강 동문은 “당시 거의 모든 동물병원이 좁고, 어둡고, 시끄럽고, 악취가 심했으며, 수의사들은 진료를 하루 내내 서서 했다”며 그 때부터 동물병원들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한다. 직접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한 발 먼저 나아갔다. 89년 2월 졸업 후 8월 서울 강남에 ‘충현동물병원’을 개원했다. 그는 개원과 동시에 자기 고민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연구하는 수의사, 사랑하는 수의사, 최선을 다하는 수의사’를 지향하고 수의계의 발전을 위해 앞에서 이끌겠다는 것이다.

 

수의계의 진정한 리더가 되다

“뚜렷한 목표의식은 삶을 치열하고 활기차게 만듭니다.” 그는 수의계의 나아갈 방향을 위해 최선을 다해오고 있다. 우리나라 수의학 교육 현실과 수의료법의 문제점 등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89년 개원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수의임상 현실은 미국에 30년, 일본에 20년 정도 뒤떨어졌었지만, 한국수의사들이 꾸준히 노력해 온 결과 최근엔 10~15년 안팎으로 많이 좁혀졌다. 앞으로 대등해질 때까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현 수의계는 두 가지 큰 장애물에 가로막혀 있다. ‘자가치료 허용’과 ‘치료 약품 구입 과정 및 약품 기록상의 문제’다. ‘자가치료’란 수의사 면허가 없는 자에게 동물 치료를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항생제를 비롯한 약물 오남용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또 수의사들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동물 약품의 종류가 적어 수입 약에 의존하거나 인체용 약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의사는 일반 소매 약국에서만 약을 구입하도록 돼있어 인체용 약을 제대로 구입하기 조차 어렵고 진료에 필요한 의약품 수급도 원활하지 못하다. 또 약사법에 따라 일반 호흡기 약조차도 반드시 사용 기록을 남겨야 한다. 강 동문은 “국가에서 수의사에게 면허를 줄 때는 수의사의 양심에 따라 약물의 오남용을 하지 말고, 동물들의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인수공통질병 예방, 그리고 동물복지증진을 위해 적절히 사용하라고 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 수의사는 인체 약을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현실에 맞지 않는 악법인 ‘약사법’은 하루 빨리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올바른 수의사상은 무엇일까? “임상수의사는 기본적으로 생명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자혜로운 마음을 가지고 부끄럽지 않은 수의사상을 바로 세우려는 의지와 용기로 직접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강 동문은 한국동물병원협회장 7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 9대 회장을 지내고 있다. 또한 국내 유수 대학들의 겸임교수로서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출판, 방송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세계소동물수의사회세계대회(WSAVA)

 


세계 대회를 유치하다
‘혁신, 오픈 마인드, 최선.’ 그가 생각하는 삶의 확고한 신념들이다. 그는 2007년 8월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된 ‘2011년 세계소동물수의사회 세계대회 개최지 선정’ 투표 당일 신념을 발휘해 말레이시아로 기운 표심을 대한민국으로 돌려놨다. 당시 유치준비위원장이었던 강 동문과 위원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휴식시간과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각국 대표들을 일일이 만나 ‘한국에서 개최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주장했다”며 “열린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했던 개최 빛을 발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소동물수의사회는 80여개 회원국, 98여 단체, 77,000명 수의사 회원들을 대표하는 51년 전통의 국제단체로 매년 각 대륙을 순회, 세계대회를 개최하며, 아시아반려동물수의사회는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호주, 중국, 홍콩, 뉴질랜드 등 16개 회원국으로 2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강 동문은 2011 세계소동물수의사회세계대회 조직위원장으로 내년 10월 13~17일 제주도에서 세계 80여 가입회원국 수의사 등 4,000여 참가자에게 ‘동물학대국’이란 오해를 받고 있는 한국 이미지를 바꿔놓을 생각이다. 그는 “사람과 동물의 유대관계를 정립하고 생명 존중,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세계적인 리더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만들어 대한민국은 물론 재외 동포, 기업, 각 단체의 위상과 품격을 높여 국가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는데 기여하겠다”며 “대한민국 수의학의 세계적 수준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 밝혔다. 이어 앞으로 수의학 분야 계획에 대해 묻자 “수의학적인 지식을 기회가 닿는 대로 후학과 사회에 나눠주고 싶고 수의사 권익 증진에 일조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진정 하고 싶은 것 찾아 정진해야
강 동문은 “요즘 학생들을 보면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데 소홀히 하는 것 같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더 먼 미래를 보고 자기 적성에 맞는 것을 찾아 정진하라”고 조언한다. 첫 발을 내딛는다는 것이 가장 힘들다는 것을 명심하고 매사에 용기를 갖고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다. “자신의 이상을 성취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본인의 어떤 결점이지, 외부의 여건이 아닙니다. 환경만을 탓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개척하길 바랍니다.”

 

강종일은 ▶1958년 광주 출생 ▶1985년 수의학과 입학 ▶1989년~현재 충현동물병원장 ▶1990.1~2003.9 한국동물병원협회 부회장 역임 ▶1999.2~2001.2 대한수의사회 반려동물위원회 위원 역임 ▶1999.2~2004.2 대한수의사회 교육위원회 위원 역임 ▶2003.9~2007.1 한국동물병원협회 7대 회장 역임 ▶2005.5~2008.4 2011 세계소동물수의사회 세계대회 유치준비위원장 역임 ▶2008.3~현재 대한수의사회 부회장 ▶2008.4~현재 2011 세계소동물수의사회 세계대회(2011 WSAVA World Congress) 한국대회 조직위원장 ▶2009.6~현재 2012 세계소동물수의사회 영국대회 고문 ▶2011~2013년 아시아반려동물수의사회 회장(취임예정) ▶2010~2012년 한국동물병원협회 제9대 회장

http://www.pet7582.co.kr/sub/essay.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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