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3인 사촌 동생을 만났다.
“요즘 어때? 공부는 잘돼?”
“그냥 그렇지 뭐...”
“이제 얼마 안 남았네? 하고 싶은 전공은 정했어?”
“아니, 아직...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고, 무슨 과를 가야할지도 모르겠고...”

동생과 이야기를 하면서 내 고3시절이 생각났다.
2학기 전남대 수시모집이 한창이던 때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했었다.
“아직 진로 결정을 못해서요. 어디를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잘 생각해봐. 수시도 대학을 갈 수 있는 하나의 기회니까.”
그 이후 화학을 좋아했던 난 응용화학공학부에 원서를 냈다.
그때까진 몰랐다. 응용화학공학부에서 물리가 필수라는 사실을….
덕분에 대학 1학년때 고등학교때부터 어려워하던 물리를 공부하느라 고생 꽤나 했었다.
이런 경우는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전공이름만 보고 지원했다가 생각지 못한 과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고등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하는 건, 자기가 평생할 일을 고르는 것 만큼 중대한 일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대학과 전공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어떤 학교에 무슨 전공이 있는지, 그 전공들에선 무엇을 배우고, 나중에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이런 정보를 좀 미리 접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은 후 공부를 한다면, 고3생활이 좀 덜 힘들지 않을까?
고등학생들은 수능을 위해 공부를 한다. 그리고 수능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간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도 모른 체, 이게 맞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대부분은 학교에서 수능이 끝난 고3학생들을 데리고 캠퍼스 투어나, 전공 설명회를 한다.
그때쯤이면 각 학교의 수시전형이 끝나고 정시만이 남은 상황이다. 요즘은 수시전형으로 학생을 뽑는 비중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전공을 제대로 고를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이번에 우리 과에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2학생들을 데리고 실험실을 체험하고 싶어 견학을 온단다. 그럼 아마도 그 아이들은 여기에 오면 뭘 하는지 대충은 짐작을 하겠지? 그럼 그중에는 분명 이런 공부를 꼭 해보고 싶은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그 학생은 이 경험을 토대로 목표를 정하고, 전공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앞으로 고1, 고2 학생들에게 이런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좀 더 빨리 정하고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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