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 동안 우리는 인사청문회라는 블랙코미디를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아리송한 씁쓸함을 맛봐야 했다. 공직자 후보자들은 마치 합숙을 하면서 함께 준비라도 해 온 양 하나같이 인사청문회가 좋아할 만한 스펙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등용과 낙마라는 희비가 엇갈렸지만 청문회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며 빠르게 국민들과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청문회가 매번 그러하긴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뭔가 중요한 것을 빠뜨렸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모처럼 고급식당에 갔다. 미슐랭 별 몇 개짜리 식당을 찾아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하다는 스테이크를 맛보러 간 거다. 아 과연 어떤 맛일까 기대에 부풀어 음식을 주문했고 드디어 음미의 순간이 왔다. 그런데 스테이크를 내온 종업원의 태도가 불량하다. 맘 상하지만 참는다. 접시도 그리 깨끗하지 않다. 조금 울컥하지만 한 번 더 참는다. 이번엔 포크에 오물이 끼어있다. 폭발직전이다. 진정하려고 물 컵을 드는 순간, 유리잔을 뒤 덮은 얼룩들. 폭발한다. 울분으로 식당을 박차고 나와 한참 지나서 떠오르는 생각. “근데 그 식당 스테이크는 맛있기나 한거야?”
청문회 때마다 후보자의 스펙도 한결같지만 이런 후보자를 옹호하는 주장도 한결같다. “약간의 흠결은 있지만 능력과 자질은 충분하다” 되묻고 싶은 것이 바로 이부분이다. 진짜 능력은 있을까?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그 중요한 자리가 진짜 필요로 하는 그 능력 말이다. 흠결이 약간이 아니라서 문제였지만 정작 후보자가 어떤 능력이 있기에 그 중요한 자리에 천거되었는지 사실은 그게 더 궁금하다. 그러나 아무도 그 능력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고 또 검증하지도 않았다. 
식당에서 청결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공직자의 청렴도 마찬가지다. 청결하지 않은 식당은 맛을 선보일 기회 자체를 잃는 것처럼 청렴하지 않은 공직자는 능력을 평가받을 기회를 박탈당한다. 청렴하지 못하면 당연히 공직자가 될 자격이 없지만 그렇다고 청렴만으로 공직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청문회라면 청렴을 평가한 후 더 중요한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추풍낙엽 낙마도 문제지만 청렴기준을 통과했다고 그냥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 사실 더 문제일 것이다. 아마도 청결한 식당이 너무도 없는 탓에 그저 청결하기만 하면 맛있는 식당으로 불리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필요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면서도 능력 있다고 추천된 역대 다수 고위공직자 후보자를 보면서 혹여나 이런 귀납적 추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쓴 웃음이 난다. “능력 있는 사람은 청렴하지 않다”
아 과연 우리는 언제쯤 스테이크가 맛있는지 맛없는지 시식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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