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근대식 외국어 교육기관인 동문학(同文學)이 설립된 시기는 1883년이고, 관립영어학교로는 1886년에 설립된 육영공원(育英公院)이 있었다. 지금이 2010년이므로 영어가 이 나라에 들어와 교육을 시작한지 127년이나 되었고, 그동안 영어교육은 양적․질적으로 초창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해 왔다. 영어 사교육비가 연 15조원이나 된다는 사실은 규모뿐만 아니라 영어 교육이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하겠다.

영어 교육의 학문적 연구는 언어학적 접근, 응용언어학적 접근, 인간주의적 접근, 의사소통 중심의 접근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요즈음 강조되고 있는 교수법 가운데 하나인 ‘의사소통 중심’의 교수 방법은 쉽게 말하면 종래의 ‘문법-번역식’ 교수법과는 달리 ‘정확성’보다는 ‘유창성’에 중점을 두는 교수방법이라 할 수 있다. ‘정확성’을 중시하는 교수방법은 학습자들로 하여금 ‘실수’를 두려워하여 ‘말’을 제대로 못하게 하는 단점이 있었다면, 이 교수법은 ‘정확성’보다는 ‘유창성’을 강조함으로써 학습자들이 문법적 오류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학생들이 ‘말하기’에 두려움을 갖지 않고 스스럼없이 이야기 할 수 있게 하는 교육 방법이다. 외국어 교육의 목적이 ‘의사소통’이 분명한 이상, 학습자들에게 네 가지 기술(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을 키워줄 수 있는 교재의 출판․교육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제8차 교육 과정’에 접어든 2009년도부터 새로 출판된 중․고등학교 영어 교과서에 ‘의사소통 기능’ 중에서도 특히 ‘말하기’와 ‘쓰기’가 중요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영어 교육학의 학문적 성과와 이러한 성과를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반영함으로써 외국어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지는 현실에서는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즉 외국어 교육의 근본 목적을 방해하는 이유들 중 하나는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를 학습하기 보다는 오히려 ‘시험을 위한 영어’로서 영어가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는 순간 영어는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시험과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만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이유로 인해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교과서 수업 자체를 하지 않고, 그 보다는 시중에서 유통되는 참고서들을 학생들에게 교육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어 교육의 근본 취지는 사회와 학부모들의 요구로 인해 이미 오래 전에 퇴색해져 버린 것이다.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말하기’와 ‘글쓰기’를 수업하는 학교가 과연 얼마나 될지를 생각해 본다면 영어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어 보려는 노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국가 영어능력평가시험(한국형 토익․토플)’의 도입이다. IBT(Internet-Based Testing)방식인 이 시험은 토익․토플을 대체할 성인용 1급과 학생용 2․3급으로 나뉜다. 올해와 내년 시범 시행 후 2012년에 수능 대체 여부가 결정되면 2016년부터 ‘국가 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수능을 대체하게 된다.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축적되어 실시되는 이 시험이 진정으로 외국어 교육 본래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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