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구성원이라면 종종 “누군가 얼마를 기부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것이다. 각박한 경쟁사회에 이런 훈훈한 소식을 들으면 내심 기분이 좋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사안이 있다. 바로 기부문화와 관련, ‘무엇을 어떻게 기념하고 기억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고찰’이다.

한국 대학의 전반적인 기부 문화는 기부자의 기부 취지나 목적을 진중히 고민하지 않고 이름 남기기에 급급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사립대학들의 경우, 엘지포스코관, 호암관, 아산관 등 건물의 이름이 돈을 댄 기업이나 재벌 총수의 호를 따서 지어졌다. 또 기탁자에 대해 1억이면 강의실, 5억이면 세미나실이나 학술회의실, 10억 이상이면 다목적 홀에 이름을 걸어준달지 하는 대학도 있다. 이렇게 해서 조성된 기념강의실은 돈을 기억하는 것 이외에 도대체 무엇을 기념한다는 것인가?

대학은 첫째로, 기부금 모금과 집행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여 기부자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 대학에 기부를 할 때는 기부의 목적이 있게 마련이다. 대학은 기부의 목적에 맞게 기부금을 집행하여야 한다. 기부자의 취지나 목적과 상반되는 용도로 기부금이 쓰여서는 안 된다. 둘째로, 기부자의 뜻을 올바르게 기려야 한다. 기리는 방법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처음부터 돈을 목적으로 이름을 걸어준다는 식의 홍보는 의미 없다. 진정성이 없는 자본을 쫓는 것에 그친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어떤 계기나 마음의 울림을 통해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기탁자의 진정한 뜻을 기리는 것이다.

대학에 기부하는 것은 사회의 대학에 대한 보이지 않는 투자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연구지원목적의 기부는 훌륭한 연구성과를 통해 사회에 더 큰 공헌이 발생되도록 하는 의미를 가진다. 인재양성에 대한 기부는 학생들이 교육을 통하여 후에 수천 배, 수만 배의 투자효과를 발휘하는 인재가 되길 바라는 의미일 것이다. 대학에 기부하는 것은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또 다른 형태의 노력이기에 대학의 책임은 그만큼 더 클 수밖에 없다. 우리 대학은 자본에 눈이 멀어 이름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학문 공동체 스스로 우리의 모범이 될 만한 인물을 기념했으면 좋겠다. 전남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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