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이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다시 학기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나는 문득 그녀가 궁금해진다. 고려대라는 명문대, 한국 사회에서 소위 ‘위너’의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스펙을 버렸던 김예슬씨. 그녀의 선택은 단순히 현실 도피가 아니었다. 그녀가 자퇴를 선언한 ‘대자보’라는 형식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녀는 ‘대자보’를 통해 한국 사회와 대학의 서열 의식과 이를 내면화하게 된 88만원 세대의 삶에 대해 문제제기 하고 있다. 그녀는 자퇴라는 형식을 통해 모든 일상을 관통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경쟁의식에 균열을 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 이후, 그녀의 자퇴 선언에 대한 사람들은 한 개인의 행동으로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가 해결되겠냐는 반응, 그녀의 자퇴 선언이 또 다른 사회적 스펙 쌓기 아닌가하는 반응, 그녀의 책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느린걸음, 2010)를 팔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 아는가 하는 반응 같은 것들이 쏟아졌다. 물론 김예슬씨의 자퇴 선언에 이러한 부정적 반응만이 있던 것은 아니다. 88만원 세대가 경쟁을 현실의 논리로 받아들여버리고 마는 사회를 만든 앞선 세대들의 반성과 같은 88만원 세대들의 공감도 있었다.

나는 김예슬씨의 자퇴 선언이 그녀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자신의 삶에 대해 묻는 지점으로 확장될 수 있었으면 하였다. 김예슬씨는 그 이후 “그만 배우고 생각하기, 그만 생각하고 행동하기, 지금 바로 살아가기”를 실천하고 있다. 우리도 우리의 삶의 가치와 향방에 대해 물어야 한다. 대학을 가기 위하여 12년을 보내고, 취업을 하기 위하여 다시 4년을 보내고, 토익을 공부하고, 여러 자격증을 취득하고, 여러 자원 봉사 활동까지 스펙을 쌓는 것이라 생각하는 이 지점에서 과연 무엇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대학을 가기 위하여’, ‘취업을 하기 위하여’, ‘스펙을 쌓기 위하여’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대학’과 ‘취업’과 ‘스펙’의 자리에 다른 무엇, 즉 ‘우리의 삶의 질’과 ‘우리의 삶이 가고자하는 향방’과 ‘가치’ 같은 것이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닌가. 과연 너는 지금 행복한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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