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의‧치학 교육제도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안에는 2015학년도부터 의·치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을 병행하고 있는 대학에 대해 택일하도록 하고, 의전원이나 의·치의대체제는 각각 의·치의대와 의전원으로 전환할 수 있게 했다. 의전원 제도는 2005년 첫 신입생을 뽑은 지 6년 만에 정부가 사실상 실패를 인정하면서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대학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우리 대학도 “앞으로 전남대학교 평의회와 학무회의를 거치면 의과대학으로의 복귀가 공식적으로 확정된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상당수 대학들도 의대로의 복귀를 밝혔다. 모든 의전원이 문을 닫지 않았지만 이런 추세에 따르면 의전원이 소수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의전원이라는 학제가 소수가 되더라도 어떠한 다양성을 창출해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고 어느 누구도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그럼에도 큰 혼란을 야기했다는 측면에서는 정책목표와 이러한 결과에 대해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밝힌 의전원 도입의 목표는 다섯 가지였다. 폭넓은 교양과 도덕성을 갖춘 인술의 양성, 선진화된 의학교육 훈련 시스템의 도입, 학사학위 소지자에게 개방함으로써 다양화 추구, 대학원 단계에서 직업 결정을 통한 기초학문 보호 육성, 대학 입학 단계에 집중된 입시 과열 완화이다. 그러나 대학원 중심 체제가 제대로 정착되어 있지 않은 우리 교육여건에서현실의 벽은 높았다. 무엇보다 의대를 의전원으로 만들면 우수한 인재가 이공계로 진학할 수밖에 없으므로 기초학문이 보호 육성된다고 예상했으나 오히려 이공계 대학교육이 학원화되었고 결국 황폐화되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또 교육 내용에서 의대와 차이가 크게 없음에도 의전원의 등록금이 훨씬 비싸고 교육 기간이 길어지는 등 실질적으로 교육 기회를 제한하는 부작용을 불러오기도 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여론을 반영해 제도선택을 대학 자율에 맡긴 조치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의전원 제도의 긍정적인 취지를 살려나가려는 진중한 고민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의전원 제도 자체는 아직 실험 중이다. 제도 자체를 무작정 폄하할 수는 없다. 교과부, 의대와 의전원은 주요 대학들의 의대 복귀로 인한 입시생들의 의대 진학 열풍, 의전원 잔류 대학에 대한 지원 등에 대한 국민, 대학 구성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합리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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