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鹽野七生: 1937-)는 일본 여류작가이며 대표작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사람이다. 나나미는 한국과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모았지만 비판도 물론 있다. 그녀의 작품은 엄밀히 말해서 역사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사실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 고대그리스를 서술한 부분 등에서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 점이 있다는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적 역사해설과 소설적 상상력을 가미하여 로마사를 흥미롭게 서술하여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1992년부터 2006년에 걸쳐 1년의 한권씩 총 15권으로 로마인 이야기는 완성 되었다. 저자는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 중 한 가지가 어떻게 해서 로마는 1천년동안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과 결국 로마도 멸망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라는 문제이다.

로마가 1천년동안이나 제국을 유지한 비결, 그리고 멸망의 원인은 동일하다. 저자에 의하면 로마는 소통과 통합에 성공했기 때문에 1천 년간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고 소통과 통합에 실패했기 때문에 망했다는 것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라는 말이 상징 하듯 기원전 312년경부터 로마는 최초의 로마가도인 아피아가도를 건설한다. 로마가도는 제국이 넓어짐에 따라 점차 확장되어 제국말기에는 총 연장 8만km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이며 지선의 길이까지 합하면 약 30만km에 달한다. 이 도로는 로마연합 내부의 사람과 물자흐름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소통을 촉진하였고, 로마와 속국과의 관계를 대등하게 만듬으로 통합에 기여 했다.

이점에서 정반대인 곳이 고대 중국이다. 물론 중국에도 가도는 존재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가도를 건설하기 보다는 커다란 방벽 즉, 성을 쌓는데 에너지를 쏟았다. 실제로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축조하기 시작한 시기는 로마가 아피아가도를 건설한 시기와 동일하다. 사람의 왕래를 끊는 성벽과 사람의 왕래를 촉진하는 가도…. 똑같은 제국이라고 알려진 로마와 중국이지만 두 나라의 삶의 방식은 전혀 달랐다. 로마의 도로망은 팍스로마나(로마의 평화)로 연결된데 비해 만리장성은 중국에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 후 전개된 세계사에서 유럽의 번영과 중국의 쇠락은 한편은 길을 뚫고 다른 한편은 성(城)을 쌓았던 양 제국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성(城)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뚫는 자는 흥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마음속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성(城)을 쌓아 고립을 자처하고 있는지 아니면 길을 뚫어 소통의 문을 열어두고 있는지 되돌아 볼 교훈을 얻는다.

또, 한 가지는 로마의 속국정책이다. 로마인은 항상 밖을 향해 조직을 개방했다. 이것이야 말로 로마를 로마답게 하는 특색이었다. 이를 테면 처음에는 귀족의 아성이었던 원로원을 평민과 속국인에게도 개방했고 로마연합에 패한 자에게도 로마시민권을 부여했다. 요컨대 로마연합에 패한 속국이나 속국인에게 권리는 로마시민과 동등하게 해주되 의무 면에서는 속국의 경제 상태를 반영해 탄력적인 세율을 적용해 부담을 경감시켜 주었다. 권리는 동등하게 그리고 의무는 경감시켜 주는 것이 로마의 속국 정책이었다. 이를 통해 로마는 다양한 로마 제국을 말썽 없이 통합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우리사회의 소수계층이나 약자,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 결혼이주 여성 등에 대한 통합정책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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