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벌써부터 오존주의보가 내린다. 결국 시원한 음료에 손이 가고 만다. 이렇게 더우면 이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아니, 어떻게 견디어야 하나. 하지만 그 참혹(?)함에서 얼마간이라도 벗어날 수 있음에 위안을 삼는다. 방학, 휴가가 그것이다.

우리가 보통 휴가라 하면 일상의 일을 접고 며칠간 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도 그동안 보냈었던 휴가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때 떠오른 몇 차례의 휴가가 있어 이번 글의 소재로 삼고자 한다.

첫 번째는, 중학교 때 강원도 세계 잼버리 대회에 참가한 일이다. 말도 통하지 않고 피부색도 다른 이들과 며칠간의 동거(?)는 촌뜨기 나에게는 가히 쇼크였다. 참으로 세계는 넓었다. 두 번째는, 수능을 몇 달 앞두고 자전거로 제주도를 일주한 일이다. 아무런 방향성도 없이 마구 페달만 밟았었는데 그렇게 제주도를 다 돌 즈음 이제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곧 돌아왔고 며칠간 비어있었던 내 의자에 다시 앉을 수 있었다. 대학 진학만이 최고의 이슈였던 그 당시의 나의 일탈은 나의 정체성과 의무적으로 해야 할 것의이해를 가져다 주었다. 세 번째는, 몇 년 전, 안식년차 미국에 있을 때 가족과 함께 승용차로 한 달 동안 미국을 횡단한 일이다. 여행 시작 전에 미리 인터넷 예약과 다른 여러 준비를 했었는데도 예상을 뒤엎는 일은 여럿 있었다. 엘로우스톤을 찿느라 밤에 산을 넘고 넘어 새벽 4시에 도착한 일. 가다가 곰을 비롯해 여러 야생동물을 만난 일. 또 티톤산에서의 방갈로는 찢어진 천으로 천장을 가려 놓은 정도여서 밤새 부들부들 떨며 새우잠을 잔 일 (그 곳은 산이라 여름이어도 밤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짐). 하지만 거대한 인공호수인 후버댐을 보았을 때, 우리나라에서 떠들썩하게 갑론을박이 되었던 줄기세포의 피츠버그 의대를 방문했을 때, 브라이스국립공원의 신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조각같은 자연상들, 바다가 융기된 그야말로 생물체 하나 없는 베드랜드 등은 경이로울 뿐이었다. 또, 서울에서 부산보다 더 긴 길이에 하루동안 달려야 빠져 나올 수 있었던 그랜드 캐년. 그 때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우연한 건, 이 모두가 다 여름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여름, 덥다고 시원한 곳만 찾을 것이 아니라 삶을 돌아보고 내 안의 나를 만나는 그런 여행을 꿈꿔보자. 지금, 어디를 여행할까보다는 어떻게 여행할까를 고민하여 나만의 여행을 찾자보자. 또 하나, 여행중 만나는 사람들의 진솔함에 너와 내가 행복해지고 그런 소통의 여행으로 우리가 어울려 살아간다면 여행은 가히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미국 횡단 때, 박물관을 못찾는 우리를 어떤 미국인이 선뜻 그 곳까지 데려다 준 일,어느 미술관에서 80대 할머니의 가이드가 우리를 오전 내내 동행하며 설명해 준 일....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 진다.

돌이켜 보면, 한 달간의 미국횡단은 실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 더운 날에 때론 10시간을 운전하기도 했고 엔진오일 교체로 정비업소를 여섯 군데나 거쳤어야 했으며 며칠간 밥을 먹지 못해 그야말로 밥과 김치만 상상했던 일... 하지만 여행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고 했던가. 우린 딱 한 달 만에 출발했던 그 자리로 돌아왔다. 감격스러웠던지 아이들이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지르고 뛰었었던 그야말로 대단한 도전이 된 것이다. 비록 얼굴은 완전한 구릿빛이 되긴 했어도 그랜드캐년의 머리 위로 쏟아질 듯한 별들을 가슴 가득 품고서 우린 그렇게 벅차게 돌아 온 것이다.

올 여름, 나의 여행을 찾아보자. 나의 여행을 준비하자. 그리고 떠나자. 지금이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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